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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은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화장품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 3월, 조선중앙TV는 한 여성이 화장대에 놓인 세계적 브랜드 ‘C’사의 화장품을 치우고, 대신 북한에서 만든 화장품을 놓는 장면을 연출했다.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을 화면에 노출하면서까지 북한 화장품의 우수성을 강조한 이유, 북한이 화장품 북한이 화장품 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전영선 교수와 알아본다. 

북한, 화장품 산업 성장 정책 강화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 결렬로 대북제재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북한은 국산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국산화로 불리는 북한의 수입 대체 노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4년 신년사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경공업 공장의 현대화와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과 2017년, ‘은하수’ 화장품을 생산하는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서 현지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국제 사회의 제재 아래에서도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화장품 산업 발전에는 경제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북한에서 화장품은 3·8 부녀절 같은 명절에 당에서 주는 선물이었다. 화장품은 당의 은덕이자 인민을 향한 최고지도자의 사랑의 상징으로 평소, 북한 여성들은 화려한 색조 화장은 지양하고, 간단한 기초 피부 관리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변화가 생겼다. 북한 여성들의 패션, 헤어 스타일의 유행을 만들어내는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등장. 신흥 부유층인 ‘돈주(錢主)’의 구매력. 사회적 개방 풍조 확산에 힘입어서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북한 화장품 브랜드는 다양해지고 있다.

화장품, '국산화'에 공들여..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집권할 당시부터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려고 했다. 1949년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서 1957년에는 ‘평양 화장품공장’을 구축했다, 이 중 ‘신의주 화장품공장’은 북한 화장품의 상징이다. 북한 최초이자 최대의 화장품 공장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북한 3대 지도자들이 수차례 시찰한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는 ‘봄향기’라는 화장품을 생산한다.

천연 약재로 만들어지는 ‘봄향기’는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아서 북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브랜드 면에서는 ‘봄향기’가 압도적이지만 요즘 북한에서 주목받는 화장품은 ‘은하수’다. ‘은하수’는 ‘평양 화장품공장’의 브랜드로 김정은 체제에서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자동화 시설을 도입하면서 최근 북한의 자랑거리로 불린다.

이외에도 ‘묘향 화장품공장’의 ‘미래’, 최고가 화장품 브랜드로 꼽히는 ‘금강산’ 등이 있는데요.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의 전환은 화장품의 다양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변화의 집약체인 화장품

개성고려인삼을 비롯하여 천연 약재를 이용한 화장품을 주로 생산하던 ‘신의주 화장품공장’은 최근 미백, 노화방지 기능을 갖춘 다기능성 천연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신생 브랜드인 ‘미래’ 화장품은 기능성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제품, 원색의 파격적인 색채와 고급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젊은 여성을 공략하고 있다. 원료, 용기 디자인, 포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25종의 ‘은하수’ 화장품은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품질 인증을 받았다. 

김정은 체제의 발전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공업 중심에서 소비재 산업과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화장 하는 여성들을 통해서 북한도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소비적이고, 자본주의적 색채가 강한 화장품 생산을 독려하는 북한. 

이 같은 정책의 변화가 북한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