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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에서 최근 ‘남북평화영화제’가 열렸다.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열린 ‘평창 남북평화영화제’에는 평화와 관련된 33개국, 85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특히 개막작인 ‘새’를 비롯해서 ‘봄날의 눈석이’, ‘산너머 마을’. 다양한 북한 영화가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북한 영화는 어떻게 제작되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과 알아본다. 

영화, 정치적인 선전 도구로 활용돼..

1948년 9월, 정권을 수립한 북한은 1949년 북한 최초의 극영화(북한 용어로 ‘예술영화’)인 ‘내 고향’을 제작했다. 이후 북한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변화를 겪었다. 김일성 주석이 주체 사상을 통해 유일체제를 확립하면서 김일성과 김일성의 가계를 우상화하는 영화를 주로 제작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영화광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0년대 후반,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일하면서 영화를 정치적인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1973년에는 ‘영화예술론’을 집필하며 모든 영화를 북한 당국의 지도하에 제작하게 했다. 북한의 영화는 국가에서 만든다. 김일성 주석의 행적은 너무 위대해서 어느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다. 

북한의 양대 영화촬영소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 ‘4.25예술영화촬영소’의 기능이 강화되고, 영화를 통한 수령 형상 작업을 담당하는 ‘백두산창작단’도 설립됐다. 김일성 주석의 혁명전통을 중심으로 한 작품, 전쟁 영웅을 부각한 작품 등 전형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의무적으로 보여진다. 사회주의 국가의 영화는 인간의 내면이나 예술적 가치를 표현하기보다는 당의 사상이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체제 안정화 목적에 이용되는 북한의 영화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민들을 가르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북한에서는 주민들을 가르치는 수단으로 영화를 활용한다. 북한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당에 대한 기여와 헌신이기 때문에 북한 영화의 등장인물도 진정한 당원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나의 주제 아래 독립된 여러 편의 영화를 시리즈로 만드는 ‘다부작’도 북한의 독특한 장르다. 다부작의 대표적인 작품인 ‘민족과 운명’은 전체 영화의 주제로 시리즈는 다시 몇 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진다. 1~4부는 최덕신에 관한 이야기, 6~9부는 최홍희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구성해서 혁명의 연속성과 주민들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 이처럼 북한 영화는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 제작되기 때문에 여느 나라처럼 흥행 기준인 관객 수는 의미가 없다. 북한에서 영화 관람은 의무적인 경우가 많고, ‘다부작’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다룬 10부작 영화, ‘조선의 별’은 북한 통계에 의하면 1억 2천만 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예술, 오락성보다는 주제성이 강조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영화를 제작할 때도 과학적인 사고와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 범죄를 소재로 하거나 사회 고발적인 영화도 없다. 북한은 스스로가 가장 완전한 사회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제약이 있지만 북한에서 영화의 인기는 높다고 한다. 대표적인 행사는 2년마다 열리는 ‘평양국제영화축전’으로 이 때는 해외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입장료보다 10배 비싼 암표가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일고 있는 개방의 물결로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과연 경직된 북한 영화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건 굉장히 어렵다고 정영선 교수는 말한다. 

북한 체제와 유일 권력 선전, 전쟁 등으로 상징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 북한 영화는 가족과 이웃의 정, 꿈, 희망 등의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중국 영화까지 주민들에게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영화는 오락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 도구다. 북한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영화는 사회주의 선전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