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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은행

2019-10-03

한반도 리포트

© KBS

북한을 벗어나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이 은행을 찾을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은행에서 편리하게 돈을 찾으니 놀랍다”는 감탄사다. 은행창구에서 돈을 찾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서 다양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시대. 북한에서는 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은행 거래를 낯설어하는 것인지, 강미진 데일리NK 북한팀장과 알아본다. 


1946년에 설립된 북한의 조선중앙은행

북한에도 평양과 각 지역들에 중앙은행 지역 지점이 존재한다.

북한 은행의 역사도 깊다. 1945년 임시로 ‘계산소’를 설치해서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1946년에는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이 설립됐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금융을 국가은행을 중심으로 화폐 자금을 계획적으로 융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관계라고 본다. 즉, 국가가 금융을 독점하고 있고, 계획에 의해서 자금을 배분하기 때문에 금융과 국가 재정이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주업무는 ‘북한 지도부의 통치 자금 관리’ 

북한의 은행은 일반 주민들이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개인 금융을 위한 곳이 아니다. 정책 금융과 기업 금융을 통해서 경제 전반을 통제하고,

북한 지도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조선무역은행 산하에는 조선광선은행이 있는데 조선광선은행은 외화거래를 하는 모든 무역은행 거래자들로부터 의무적으로 3%의 납부금을 징수한다. 이는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과 특수자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물론 북한 은행도 시중의 자금을 흡수해서 흐름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하고, 보험 업무를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 은행은 자금 부족으로 돈을 제때 인출하기 어렵고, 국가 재정 계획 수행에 필요한 자금 동원 수단으로 간주돼서 북한 주민들은 저금을 기피했다.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북한의 은행은 주민들과 더 멀어졌다.

1990년대 북한은 국가 경제가 마비상태가 되면서 조선중앙은행의 역할이 약해졌다. 기업의 생산능력 저하로 상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그로 인해서 국영기업의 수입이 은행으로 회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한 보수도 무용지물이 되면서 개인적으로 현금을 보관했던 주민들은 사경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돈 장사꾼이 등장했다.


‘돈 장사꾼’이라는 사금융 성행 

조선중앙은행이 보유한 현금 넘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은 중앙은행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이른바 ‘돈 장사꾼’이라는 사금융이 메우고 있다. 고리대금 이자 돈 거래를 시작으로 형성된 돈 거래 시장은 날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역별로 외화도 바꿔주는 개인 외환시장도 생겼고, 환율변동을 통해서 이익을 봅니다. 

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돈 장사꾼’에 의한 대부 이자율은 월 20%, 기간은 3~4개월, 유통되는 통화는 북한 원화로 금액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2010년대에 와서는 단위 가치가 큰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를 중심으로 자금 융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0달러 미만의 자금은 무담보에 월 10% 이자, 2000달러 이상은 월 4~7% 이자에 담보를 제시해야 하는데, 담보는 주택을 사용하는 권리인 주택입사증이나 보유한 생산수단이다. 

여윳돈을 갖고 있는 무역일꾼, 당 간부 부인 등이 주축을 이루는 ‘돈 장사꾼’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이들을 통해 유통되는 현금은 조선중앙은행이 보유한 현금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금융의 폐해가 발생하면서 요즘 북한에서는 은행을 통한 거래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사금융의 폐해 발생.. 은행을 통한 거래 다시 이뤄져 

북한에서 송금 방식은 까다롭다. 그러나 단 시간에 상대에게 현금이 전달되고, 분실사고의 염려가 없어서 은행 창구 이용이 늘고 있다. 

북한 당국도 금융 부문 개선과 금융 정보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서 아직 두드러진 상업은행의 출현은 보이지 않지만 상업 은행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북한의 은행이 여느 국가들처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정상적인 돈 거래가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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