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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김장

2019-10-24

한반도 리포트

© KBS

24일은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  ‘상강(霜降)’이다. 24절기 가운데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지나면 한국의 농민들은 김장 채소를 수확한다. 북한은 한국보다 한 달 정도 빨리 김장철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중요한 월동준비 가운데 하나인 북한의 김장 풍경을 북한에서 지도층의 특별음식을 담당했던 안영자 북한요리전문가와 알아본다. 


북한의 김장, 남한 보다 빨라... 

한국은 보통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 지나고, 하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김장 준비에 들어가지만 한국보다 겨울이 빨리 시작되고, 늦게 끝나는 북한은 10월부터 김장을 시작한다. 

겨울철 먹을거리가 많지 않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장은 ‘반년 양식’으로 불린다. 북한에서는 비닐하우스 재배가 흔치 않기 때문에 겨울철에 신선한 채소를 먹는 건 쉽지 않다. 김장으로 미리 김치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겨우내 제대로 된 반찬을 먹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도 김장철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주민들도 김장에 온 힘을 다한다.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김장 전투’ 

북한에서는 중요한 일에 ‘전투’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김장도 모내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와 함께 ‘전투’ 반열에 올라 있다. 실제로 매일 정해진 목표량만큼 생산할 것을 강조하는 북한의 공장에서도 김장철만큼은 근로자들이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해준다. 과거 김장철에는 가정주부들에게 3일간 휴가를 제공하고, 남성들도 집에서 김장을 돕도록 했다고 한다.

김장재료 중 가장 중요한 배추는 보통, 국가에서 배급한다 .각 도시에 공장과 기업소별로 협동농장의 밭이 정해지고, 직장에서는 트럭을 이용해서 김장 배추를 분배받은 뒤 직장 동료들의 집에 배추를 배달한다. 공급량은 해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1인당 100kg 정도의 배추를 기준으로 해서 가족 성원이 4명이면 가구주는 400kg을 공급받을 수 있다.

요즘 한국은 김장을 많이 하지 않지만 북한은 6개월을 먹을 반찬을 만들기 때문에 4인 가족 기준으로 적게는 300kg에서 많게는 1톤까지 김장을 한다. 


김장하는 방법, 지역마다 달라

통김치, 갓김치, 깍두기, 속이 없는 배추와 무를 썰어서 양념을 버무려 넣고 만든 써래기 김치, 명태식혜, 양배추김치. 다양한 김치를 담가서 겨울철 상차림을 준비하는 북한은 지역에 따라서 넣는 양념이 다르다.

서해에 접해 있는 황해도나 평안도 지방은 멸치나 새우젓을 많이 사용하고 동해에 접하고 있는 함경도, 강원도 지방은 명태나 가재미를 젓갈로 사용하기도 한다. 

바다가 없는 내륙 지방에서는 젓갈 없이 김치를 담근다. 김장용 양념인 고추와 마늘, 그리고 사용하는 젓갈은 개인이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구 형편에 따라서 김치에 들어가는 부재료의 종류는 다르고, 가정마다, 지역마다 김치 맛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보관법·익히는 방법도 한국과 차이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김치 냉장고를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김장이 끝나면 마당에 큰 구덩이를 파고, ‘김치움(김치광)’에 김치를 보관한다. 아파트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아파트 옆에 공동 김치 저장고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하는데, 도둑을 예방하기 위해서 ‘김치움’이 있는 저장고에 자물쇠를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김칫독에 보관한 뒤에는 육수를 부어서 김치를 익힌다. 즉, 김치를 만든 후 2-3일이 지나면 돼지고기나 명태 등을 삶은 육수를 가득 붓는데, 이 상태로 김치가 익으면 물김치처럼 국물이 가득한 김치가 완성된다.

육수를 넣는 이유는 김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것이지만, 육수를 넣으면 김치 맛도 톡 쏘는 산뜻함과 시원함이 살아나서 김치를 건진 후, 남은 김칫국물에 국수와 밥을 넣어 먹으면 그 맛이 별미라고 한다.


김장하는 양이 많이 친척, 이웃과 함께 품앗이해...

김장을 할 때는 친척끼리 날을 정해서 한 집에 모여서 하거나 이웃끼리 품앗이를 한다. 과거 한국의 김장하는 날도 동네 잔칫날 같았다. 배추는 산처럼 쌓이고, 아낙들은 돌아가면서 품앗이를 하고, 김장을 한 뒤에는 직접 담은 아삭한 김치를 야들야들한 돼지 수육에 싸서 다함께 먹었다.

지금도 김장을 할 때면 가족, 이웃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잔치가 벌어지는 북한. 북한의 ‘김치 담그기 풍습’은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3년 문화유산에 오른 한국 김장문화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남게 됐다. 

언젠가는 한민족의 소중한 문화인 ‘김장’을 남북이 함께 하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정겨운 풍경을 나누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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