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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남측 영상물 유포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중형에 처하는 등 외부 문물 차단에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선 여전히 우리 드라마는 물론이고 아이돌의 음악이 인기라는 소식은 계속 전해지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와 북한의 대중음악에 대해 알아본다. 

북한에서 가수는 공무원 신분

북한에도 인기 가수는 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축하공연차 방남했던 삼지연관현악단의 현송월 단장도 북한에서 유명한 가수고, 당시 무대에 섰던 가수들도 북한의 인기 가수들이다. 그런데 북한에선 가수의 개념이 우리와는 좀 다르다. 가수는 공무원 신분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돌은 없다고 한다. 

노래는 주민들을 선동하고, 중요한 교시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글이나 말보다 효과적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음악은 개인의 감상 보다는 집단의 교양과 선전, 선동의 수단, 문화정서를 높이는 수단으로 강조된다. 따라서 개인의 감정 보다는 노랫말, 그러니까 가사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북한의 예술은 집체 창작을 통해 창작된다. 노래가사나 소재는 문학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일성주석의 항일무장투쟁등을 주제로 한 <불멸의 역사 총서>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상화한 <불멸의 향도 총서> 등이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이다. 

북한 주민에게 인기 있는 ‘생활 가요’ 

북한의 음악, 가요는 혁명가요나 최고지도자에 대한 송가, 당 정책을 소개하는 노래가 대부분이지만 생활을 소재로 하는 노래도 있다. 이른바 ‘생활 가요’로 기존의 혁명가요들과는 달리 경쾌한 리듬에, 생활에서 일어나는 내용을 중심으로 감정을 표현해서 주민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생활 가요는 ‘좀 빠르고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밝고 명랑하게’ 등의 부르는 방법이 명시돼 있다고 한다. 

생활가요 등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지면서 대중음악밴드도 등장했다. 

1983년에는 김일성의 혁명전적지인 왕재산의 이름을 딴 “왕재산경음악단”이 만들어졌고, 1985년엔 역시 김일성의 혁명전적지 이름을 딴 “보천보전자악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기존과는 확실히 다른 음악을 선보이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전자음악이다. 

원래 북한에서는 전자악기로 연주되는 록과 재즈 등은 사람들의 건전한 사상을 마비시키는 음악이라고 금기시 했다. 그러나 이들 악단은 서구의 퇴폐적인 전자음악과를 다른, 조선식 전자음악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존 관현악에 전자악기를 배합하기도 하고 전자악기와 전통악기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김정일 시대에 본격화된 음악 정치

북한은 일찍이 음악을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왔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 편의 노래가 천 만 자루의 총검을 대신한다‘ 며 당의 의도와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음악을 정치와 결합시켜서 정치적으로 활용한 음악정치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에도 ’음악정치‘는 계속 이어졌다. 새로운 지도자를 위한 노래들이 다수 만들어졌고, 노래를 통해 사상전을 강화하는 모습도 다수 발견됐다. 북한판 걸그룹이라고 부르는 모란봉악단이 그 대표적이다. 2012년 7월 모란봉악단의 창단공연은 그야말로 당시로선 충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던 모란봉악단의 공연소식이 뜸해지면서 최근엔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명칭에서 보듯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소속이며 공식적으로는 2020년 1월 25일 '설 명절 기념공연'에 처음 등장했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중인 악단으로 보인다. 

북한은 음악을 통해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악단의 성격 또한 당국의 정책이 그대로 반영돼 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음악이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면서 즐거움과 위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