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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학을 통해 본 북한의 산림정책

#한반도 리포트 l 2022-04-06

한반도 리포트

ⓒ Getty Images Bank

문학을 시대의 거울,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문학은 그 시대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문학 작품은 숲이나 산림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오삼언 국립산림과학원 박사연구원과 함께 북한의 문학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시대 북한의 산림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문학 속 북한의 산림, 그리고 고난의 행군

<조선문학>은 북한의 문학사를 대표하는 문예지 가운데 하나다. 이 문예지에 발표된 문학 작품들은 북한의 산림정책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먼저 문학 속 ‘고난의 행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수십만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은 북한의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다. 그동안 북한의 문학은 이 ‘고난의 행군’을 갖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사회주의 조국을 지켜낸 자랑스런 기억으로 소환해 왔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이 ‘고난의 행군’에 대한 논조가 바뀌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신년사와 담화 등을 통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여 조국의 산들을 황금산·보물산으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한에서 산림복구 10개년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사람들이 식량과 땔감을 해결한다고 나무를 망탕 찍은 데다  산불방지대책도 바로 세우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나무가 없는 산들은 고난의 행군 후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전에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빚어진 산림파괴를 지적한 작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6년에 발표된 <우리 선동원>이란 단편소설에는 집수리를 위해 몰래 벌목한 일이 알려져서 ‘벌목 아저씨’라고 놀림 당하는 인물이 나온다. 이렇게 ‘고난의 행군’당시 산림 훼손에 대한 반성을 표현하고는 있지만, 수필 <나무를 심자>처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나무훼손조차 ‘죄’로 상정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분별한 산지 개간으로 파괴된 산림 

북한의 산림이 파괴된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산지농사 등의 개간이 지적되고 있다. 북한은 1970, 80년대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해 자연개조 5대 방침, 4대 자연개조사업 등으로 산지개간을 장려하면서 무분별한 산지개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90년에 접어들면서는 고립된 체제로 인해 에너지와 식량 문제에 직면하면서 산지개간은 더 심각해졌다.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고난의 행군’은 본격화됐고, 산림의 황폐화도 더욱 극심해졌다는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비탈산지 개간을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폈고, 무분별한 산지개간에 대한 반성은 문학에도 반영됐다.

최근 들어 산지 개간은 북한 산림을 황폐화 시키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과거엔 달랐다. 오히려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려는 조치로 여겨졌고, 문학작품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뤄졌다.

앞서 살펴본 2016년에 발표된 <산촌의 메아리>가 산등성이에 나무가 아니라 곡식을 심은 과오를 짚었다면, 1999년도에 발표된 <쌀함박>은 산등성이에 곡식을 심은 성과를 노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7년 3월 2일 식수절에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내일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후대들에게 만년대계의 재부를 물려주기 위한 산림복구전투를 순간도 멈출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산림을 복구하는 과정은 어렵고,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이란 의미일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에 나타난 북한의 미래 청사진

‘산림복구’는 지금 이 시대뿐 아니라 후손들을 위한 것이란 이야기는 북한의 문학 속에도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은 2017년에 발표된 <생활의 선율>과 2018년에 발표된 <특별임무>다.

숲이나 나무를 소재나 주제로 한 북한의 공상과학소설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얼마나 산림복구전투가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가를 보여주는 근거라고 분석한다. 특히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산림의 모습은 현재 시점에서 북한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숲을 사랑하라>에 등장하는 나무벼, 그리고 <숲은 젊어진다>에 등장하는 호두나무는 식량난과 황폐한 산림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은 북한의 기대와 바람이 아닌가 싶다. 이 처럼 최근 북한의 문학작품들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생태담론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당국이 전하고 싶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시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생태 담론이 문학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봤다. 문학 속에 나타난 북한의 생태담론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하게 될지도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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