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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생활용품 포장지를 통해 본 북한

#한반도 리포트 l 2022-04-27

한반도 리포트

ⓒ KBS

상품 포장지에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원료나 생산날짜 등 상품에 대한 정보와 생산처, 상표, 디자인, 서체 등을 통해서 그 사회의 생산공장 현황이나 실태, 또 주민들의 생활상, 경제의 현주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간접지표가 된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서해5도에서 북한의 상품포장지를 수거하고 분석한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장과 함께 생활용품 포장지를 통해서 북한을 살펴본다. 


많은 즉석 국수의 포장재.. 카피한 듯 비슷

서해5도 해안에 많이 떠내려 오는 쓰레기 중에 즉석국수 포장지가 많았다. 

즉석국수는 라면으로 북한의 즉석국수도 다양한 맛이 생산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소고기맛’ 제품이 제일 많다고 한다. 

북한의 즉석국수 포장지 뒷면에는 조리방법이나 먹는 방법, 주원료, 보관방법 등이 표기돼 있다. <대성천 종합식료공장>에서 생산된 즉석국수의 예를 들면‘순수한 식용원료로 생산한 이 즉석국수는  질 좋은 국수발에 구수하고 매운 맛이 잘 어울려 입맛을 돋우어 줍니다’라고 소개가 돼 있다. 그리고 조리 방법은 물 550ml에 먼저 양념을 넣고 끓인 다음 즉석국수를 넣어 2분정도 더 끓이면 된다고 돼 있고, 주원료로 밀가루, 정제기름, 소고기가루, 닭고기가루, 고춧가루, 소금, 후추가루, 생강가루, 버섯가루, 말린파, 말린홍당무 등이 표시돼 있고, 방부제와 표백분은 들어있지 않다고 돼 있다. 또 온도와 습도 등의 보관조건과 보관기일 등도 표시돼 있다. 


북한의 즉석국수는 <경흥은하수식료공장> <대성천종합식료공장> <금강산무역회사> <라선령선종합가공공장> 등에서 각각의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된다. 특이한 것은 브랜드가 다 다른 이 즉석국수들의 포장 디자인이 마치 카피라도 한 듯 비슷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흥은하수식료공장>과 <라선령선종합가공공장>에서 생산된 소고기맛 즉석국수의 포장지를 비교하면 즉석국수라는 글자가 굵기와 길이만 조금 다를 뿐 매우 비슷하고, <오일종합가공공장>과 <금강산무역회사>에서 만든 제품도 서체가 비슷하다.

사회주의 경쟁이란 명분 하에 비슷한 디자인 사용 

북한은 사회주의 경쟁이란 ‘앞선 단위가 뒤떨어진 단위를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뒤떨어진 단위는 앞선 단위를 따라잡으면서 다 같이 전진해 나가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제품 모방이나 디자인 침해에 해당되겠지만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경쟁이란 명분하에 비슷한 디자인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맛내기, 후추가루, 양념가루, 고춧가루 등 양념류 포장지도 꽤 많이 수거됐다고 한다. 우리에겐 좀 생소하게 들리는 “맛내기”는 조미료를 말한다. 

북한의 맛내기 공장은 묘향무역회사, 운하대성식료공장, 고려항공총국식료가공공장  등이 있다. 대부분의 맛내기 포장지엔 요리사 캐릭터와 함께 다양한 요리사진들이 디자인돼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료품포장지들은 발견됐다.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생산된 소시지의 경우 앞면엔 캐릭터와 함께 중량, 생산공장이름들이 적혀있고, 뒷면엔 주원료로 돼지고기, 마늘, 후추등이 표기돼 있고

보관조건은 섭씨 0-4도, 보관기일은 1개월로 표기돼 있다.

그리고 <관문식료사업소>와 <관문무역회사>의 마요네즈는 ‘꽃구름’과 ‘봄’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꽃구름’에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 ‘봄’에는 산뜻하고 감미로운 맛이라고 각기 구별되는 특징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건아포라는 브랜드로 ‘랭동진공건조’ “보가지”의 포장지가 발견됐다. “보가지”는 북한에서 복어를 가리키는 말로, 복어가공품도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류 포장재들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술은 대동강맥주다. 대동강맥주는 북한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광고도 많이 한다. 이외에도 봉학맥주, 평양맥주, 진달래맥주 등이 생산된다. 소주는 평양주로 알려져 있는데 국가적차원에서 생산하며 브랜드를 관리할 정도라고 한다. 


포장재로 본 북한의 의약품 특징

경제난으로 북한의 보건의료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병원에 가도 적절한 진료나 처방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고, 의약품 부족현상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그리고 이번에 서해5도에서 수집한 의약품 포장지도 대부분 고려의학에 기초해서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을 기본으로 한 제품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유독 링거약 포장지가 많았다. 포장지 뒷면에는 ‘쓰는 데’와 ‘쓰는 법’등으로 사용방법이 적혀있고, 보관조건과 성분, 주의법등도 표기돼 있었다. 이들 중 정성제약종합공장에서 생산된 포도당 주사약과 식염수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정성제약종합공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알려지는 곳으로, 2014년 11월 8일 노동신문은 "공장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들이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의약품생산 및 품질관리기준에 도달한 것은 자랑할만 한 일“이라는 김정은위원장의 평가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에 수거된 약품포장지의 생산날짜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표기된 걸로 보아

최근까지 정성제약공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생활용품 포장재

이외에도 물수건이나 생리대, 화장품 등의 위생용품과 샴푸, 세수비누, 칫솔, 치약등의 욕실용품, 세탁세제, 그릇세척제, 볼펜, 칠감, 살충제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바다를 통해 우리 서해5도 해변으로 들어왔다. 

특히 비누 같은 경우는 주원료는 모든 제품에 똑같이 ‘종려기름, 야자기름, 향료’등이 사용된다고 적혀있고, 각각 상품 특성에 따라 별도의 원료가 첨가되는데 비누의 효능들은 거의 약품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포장재로 본 북한의 경제 전망

바닷가로 밀려들어온 쓰레기에서 수거한 상품포장지로 북한 사회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 포장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북한의 경제상황을 추론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다. 이에 북한의 상품포장지로 살펴본 북한의 경제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에 비해 북한의 생활용품들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포장지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적 한계가 보인다. 더구나 그 제품들이 북한 주민들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인지도 의문이다. 북한 당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선 현재 경제상황에서 벗어날 구조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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