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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속도전

#한반도 리포트 l 2022-08-17

한반도 리포트

ⓒ YONHAP News

지난 2018 평창올림픽 때 방한한 북한예술단 현송월 단장은 ‘준마처녀’를 불렀다. 

‘준마처녀’는 잘 달리는 말을 뜻하는 준마와 처녀를 합친 말로 ‘일 잘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준마처녀는 여성 노동력 동원을 위한 구호인 셈이다. 

북한 TV는 한 사람이 여러 기계를 돌리며 초과 생산을 한다며 준마처녀들이라고 선전한다. 북한 매체들이 준마처녀들을 앞세워 독려하는 속도전을 통일연구원 정은미 박사와 자세히 살펴본다. 


최단 기간, 최상의 성과를 내는 북한 특유의 사업 방식 

‘속도전’은 국가적 전략사업이나 중요한 중점사업들을 노동력 기술 물자 등을 집중 동원해서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한 하나의 경제사업 방식을 말한다. 

북한 당국은 1950년대 속도전을 통해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평양속도’로 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평양을 빠르게 복구하기 위해 등장한 경제 선동 구호다. 1950년대 후반엔 우리에게 익숙한 ‘천리마 운동’이 등장했다. 실제 이러한 속도전은 북한 공업 분야 성장률을 높이고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도 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희천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나온 ‘희천속도’다.

희천발전소 공사는 2001년에 시작됐지만 경제난 등을 이유로 첫 삽만 뜬 뒤 사실상 방치돼왔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건 2009년 3월 김정일 위원장이 희천발전소 공사현장을 방문하면서 부터다. 김 위원장은 희천발전소 공사를 강성대국 건설원년인 2012년까지 마칠 것을 지시했다. 통상 10년이 걸리는 댐과 발전소 건설을 3년 만에 마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절대 권력자의 지시가 떨어지자 북한의 모든 국가적 역량이 희천발전소 건설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희천속도’와 ‘희천시간’이라는 용어와 함께 공사현장을 독려하기 위한 노래도 나왔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거의 매일 희천발전소 공사 진척상황을 보도했고,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대로 2012년 완공됐다.


속도전에 넘치는 구호들.. ‘단숨에’, ‘만리마’ 등 

김정은 국무 위원장 역시 속도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신년사에서 ‘단숨에 정신’을 강조하면서 ‘단숨에’는 속도전의 구호가 됐고, 새로 편곡된 모란봉악단의 ‘단숨에’도 북한 곳곳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당 창건 70주년이었던 2015년부터 본격적인 속도전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2016년 7차 당 대회를 앞두고는 북한 전역으로 속도전을 확산시켰는데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와 백두산영웅청년 발전소 등 대형 공사가 속도전으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방영된 기록영화는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속도전식 건설에 얼마나 치중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기록영화엔 인민군 복장을 갖춘 북한 군인들이 제대로 된 안전장치 하나 없이 돌을 나르고 담을 쌓는가 하면, 폭포수를 맞으며 벽에 통나무를 박아 넣고, 대못을 잡고 있는 동료의 손 위로 망치질을 하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담겨있다. 이 과정에서도 강조되는 건 어김없이 속도였다. 

2016년에 열린 제 7차 당 대회에서 ‘만리마 속도’가 등장했다. 천리마보다도 열 배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라는 의미로 만리마 속도라고 이름 붙였다.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만리마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하면서 만리마는 김정은 시대 대표적인 속도전 구호로 자리매김했다. 만리마 구호를 찬양하는 시에 이어 ‘우리는 만리마 기수’라는 노래까지 만들어졌다.만리마 속도전의 대표 상징물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평양 려명 거리다. 지난 해 평양 만 세대 주택 건설현장에는 70여 년 전의 ‘평양속도’가 다시 등장했다.


각종 건설 사업에도 투입된 속도전 돌격대   

북한에서는 속도전은 물론 각종 건설사업에 돌격대가 투입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975년 정규돌격대인 <속도전 청년돌격대>를 조직했다. <속도전 청년돌격대>는 주로 대학이나 군대에 가지 않는 학생들이 동원되는데, 이들 중에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일부 청년들은 입당기회를 얻기도 한다고 한다.  <속도전 청년돌격대>는 그동안 만수대 거리, 원산갈마 해안지구 등 수많은 건설 현장에 참여했다고 알려진다.


속도전, 더 이상은 어렵다 

북한에선 돌격대를 사회주의 영웅이라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노동착취라는 외부  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국은 고비 때마다 속도전을 감행해 왔고, 또 그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과 잇따른 속도전으로 주민들의 피로감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노력동원과 희생을 담보로 한 북한식 속도전이 계속해서 성과를 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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