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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과 북의 흥부전

#한반도 리포트 l 2023-01-04

한반도 리포트

ⓒ Getty Images Bank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부 놀부 살았다네

맘씨 고운 흥부는 제비 다리 고쳐주고

박씨 하나 얻어서 울 밑에 심었더니

주렁 주렁 열렸대 복 바가지 열렸대

톱질하세 톱질하세 슬근슬근 톱질하세

하나 켜면 금 나오고 둘을 켜면 은 나오고


아동문학가 강소천 선생이 가사를 만들고 작곡가 나운영 선생이 곡을 만든 ‘흥부와 놀부’ 노래다. 우리 고전소설 속의 마음씨 착한 흥부는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엄청난 부자가 되고 욕심 많고 심술궂은 형 놀부는 억지로 제비다리를 부러뜨렸다가 있는 재산마저 다 빼앗겨 버린다. 

2023년 첫 시간인 오늘은 착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기분 좋은 이야기 <흥부전>을 해보려고 한다. 남북한에서 <흥부전>이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지 통일연구원 이지순 박사와  살펴본다. 


구전 판소리에서 창작 판소리로 

<흥부전>은 구전되던 이야기를 판소리로 부르다가 이후에 소설로 창작됐다고 판소리계 소설이다. 손으로 직접 쓴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목판으로 간행되었는데 서울에서 만들어진 경판본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더해지거나 빠지면서 수십 종의 이본이 만들어졌다. 

판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흥부전은 흥부와 놀부 형제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놀부는 심술이 하늘을 찔렀고 흥부는 이웃 간에 화목하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놀부와는 정반대였다. 놀부는 그런 동생 흥부를 내쫒고 부모님의 재산을 혼자 차지하려고 한다. 

<흥부전>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을 꼽으라면 놀부 아내가 밥주걱으로 흥부 뺨을 때리는 부분일거다. 가족들이 굶는걸 보다 못한 흥부는 놀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놀부는 흥부를 내쫓고, 흥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엌으로 형수를 찾아간다.

흥부는 그 많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 집 농사 돕기와 지붕 갈기, 마당 쓸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흥부 아내는 아내대로 방아 찧기, 잔칫집 그릇 닦기, 나물 캐기 등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한다. 이렇게 부부가 애를 쓰지만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결국 흥부는 매품팔이를 결심한다. 돈을 받고 죄인 대신 매를 맞는 일인데 그 마저도 나라의 경사가 있어서 모든 죄인을 풀어주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흥부에게도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어느 해 봄에 제비가 흥부 집 처마에 둥지를 틀었는데 커다란 구렁이가 제비둥지의 새끼들을 잡아먹는 거다. 놀란 흥부가 구렁이를 내 쫒았는데 그 와중에 새끼 한 마리가 마당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흥부와 아내의 정성스런 치료를 받은 제비는 가을에 무사히 남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다음 해 봄에 그 제비가 돌아와서는 마당에 박 씨를 하나 떨어뜨리는데 박씨를 심은 지 얼마 안 되어 커다란 박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흥부가 박을 따서 켜기 시작하는데  박에서 온갖 금은보화가 쏟아진다. 


남한과 다른 의미를 부여한 북한의 ‘흥부전’ 

북한의 흥부전은 남한과 다르다.                


“나머지 박들은 잘 뒀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지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이때 흥부 아내가 더 많은 재물이 박에서 나오면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니까 어서 타 보자고 설득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 박에서 세간살이가 나오고 옷감이 나옵니다. 그래서 흥부아내가 밥부터 지어먹고 그 다음에 옷도 좀 해 입자는 얘기를 하죠. 그런데 흥부가 뭐라고 얘기했냐면 형처럼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아내를 타일러요. 욕심이 생길 것을 조심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경판본에서는 흥부가 박에서 나오는 보물을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기뻐하는 모습이라면 북한본은 행운으로 주어진 보물을 경계하면서 주변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 미리 계획하는 것으로 나오는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의 <흥부전>은 부자가 된 흥부의 행보도 다른 판본과 차이가 있다. 


“박에서 나온 쌀 돈  비단 집은 모두 흥부가 원하던 것들이죠. 벼락부자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과 똑같이 흥부전도 독자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 박에서 나오게 합니다. 북한이 언제나 소망하던 이밥에 고깃국, 기와집에 비단옷 등 소망성취를 하는 거죠. 그런데 흥부가 그것을 기꺼이 나누는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라 사회주의적인 부의 분배에 가깝습니다. 놀부처럼 부를 독식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나누는 것 그래서 모두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세계를 흥부가 보물을 나눔으로써 실천하는 거죠. ”


놀부는 흥부를 보고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프죠. 그래서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고쳐준다. 다음 해 그 제비도 박 씨를 물고 돌아온다. 부자가 될 꿈에 부푼 놀부는  박이 열리자마자 타기 시작한다.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아는 그대로다. 박 속에서 왈패 등 온갖 나쁜 것들이 나와서 놀부는 모든 재산을 다 잃는다. 우리가 아는 흥부전은 흥부가 빈털터리가 된 놀부를 위로하고 놀부는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형제는 화해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이지만 북한의 흥부전 결말은 좀 다르다.


“선량한 흥부가 훗날에 놀부에게 쌀과 돈을 보내주고 집도 지어주었다 이렇게 간략히 서술되지만 놀부가 변화했다는 부분은 서술되지 않습니다. 흥부는 부자가 된 몸이지만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아들과 딸을 잘 가르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하게 지냈다 이렇게 마무리 되지만 놀부와 의좋게 지냈다는 부분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화해 하지 않았다 라고 보는 게 맞는데요. 북한이 빈부 차이가 극심한 18세기의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근면 성실하고 정직한 농민 흥부와 탐욕적이고 인색한 지주계급 놀부를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로 흥부전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난을 운명이라고 체념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이지만 흥부는 근로하는 인민을 대표하고 놀부는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자본가를 상징한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죠. 흥부와 놀부는 단지 형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들은 근로인민 즉 농민과 자본가, 피착취자와 착취자를 상징합니다.0:05 형제의 화해로 끝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형제로 감싸 안을 수 없는 적대적 계급갈등이 있는 거죠. 그래서 흥부의 부자되기와 나누기의 대상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 즉 농민계급, 노동자계급에만 해당되고 놀부와 같은 지주계급과는  화해하지 않는 그런 상태로 끝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은 한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콘텐츠다. 북한의 <흥부전>은 당국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부분도 눈에 띄고, 우리와는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다는 큰 틀은 남북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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