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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술

#한반도 리포트 l 2023-01-25

한반도 리포트

ⓒ KBS News

우리는 전통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설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명절로 지내고 있다. 아침에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며 떡국을 끓여 먹는다. 북한의 설 풍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북한에서는 설날을 ‘술날’이라고 한다.  세배를 하고 새해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주로 어떤 술을 많이 마실까?

오늘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와 북한의 술에 대해 얘기해 본다. 


설=술날, 독한 술 즐겨

북한은 봉건의 잔재라며 음력설을 금지해 오다가 1989년에야 명절로 인정했고 지난 2003년부터 휴일을 3일간 지정하는 등 음력설을 지내고 있다. 설을 술날이라고 부를 정도로 술을 즐긴다는 북한에선 비교적 추운 지역이다 보니 독주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 판문점에 집중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군사 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을 밟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 상봉을 한 것이다. 

당시 우리가 준비한 술은 면천 두견주와 문배주였다. 면천 두견주는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그는 향기 나는 술로 유명하고, 문배주는 고려시대 이후 천년을 이어오는 술로 원래 평안도에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남한의 명주로 자리 잡은 술이다. 그리고 그 해 9월 평양에서 열렸던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찬에서는 평양소주가 등장했다. 


북한의 국주로 지정된 평양 소주

평양소주는 북한의 술, 국주다. 2018년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발간한 <조선의 국가상징>에 보면 평양소주가 국주로 소개돼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명주가 있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침에 따라 연구 사업이 진행됐고, 김정은 국무 위원장 집권 후 ‘평양소주가 제일 맛이 좋고 인민들이 애착하는 술’이라고 해서 국주로 지정됐다고 한다. 그리고 평양소주 포장에는 북한을 대표하는 국주로 일종의 인증마크인 ‘조선명주’ 도장도 찍혀 있다.

각 나라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고유한 술이 있다. 그런 전통주를 국가적인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우리도 문배주와 면천 두견주 그리고 경주 교동법주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무형문화재를 비물질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북한도 전통주 중에서 감홍로 양조기술, 단군술 양조기술, 백화술 양조법, 오가피술 양조방법, 이강고 양조기술 등과 함께 ‘막걸리 담그기’를 국가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먹걸리도 즐겨 찾는 술 중 하나 

북한 매체는 얼마 전 ‘삼지연시의 막걸리 집’을 소개하면서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삼지연시에서 음료라고 하면 백두산 들쭉 음료가 유명하지만 2019년 삼지연시의 변모와 함께 이곳에 막걸리집이 처음으로 생겨나면서 최근에는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감주라고도 불리는 막걸리는 삼지연시 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매체는 막걸리를 마시면 만성 위염이나 소화불량, 동맥경화, 만성 관절염을 비롯한 질병들을 예방, 치료하는데 효과가 크고 미용 효과도 있다고 소개한다. 막걸리를 만들 때 당뇨병과 암, 노화와 각종 전염병을 억제하는 필수 불포화 기름인 리놀렌산이 생긴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은 술의 맛과 향은 물론 건강을 강조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분단 이 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땅을 밟는 장면은 전 세계에 타전됐고, 북한매체들도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을 대표하는 술인 ‘들쭉술’ ‘대동강 맥주’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인 만큼 일정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만찬의 건배주는 들쭉술이었다. 들쭉술은 백두산에서만 자생하는 약초인 들쭉을 이용해서 만든 술이다. 들쭉술은 이산가족 상봉 만찬장에도 선보일 정도로 북한의 대표적인 술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술 하면 대동강맥주를 빼 놓을 수 없다.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대동강맥주 상업광고를 만들기까지 했다. 2001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맥주공장을 시찰한 뒤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00년 문을 닫은 영국의 양조장을 인수한 뒤 설비를 통째로 북한으로 가지고 들어와 대동강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엔 대동강맥주 축제를 열기도 했다. 2022년 20주년이 된 대동강 맥주는 북한의 대표적인 맥주다.


북한의 대표적인 술들을 살펴봤는데요, 북한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찌읍시다’ ‘쭉냅시다’라는 건배사를 한다고 한다. ‘찌읍시다’에서 ‘찧다’는 잔과 잔을 부딪히다는 의미고, ‘쪽냅시다’는 무슨 일의 끝을 본다는 뜻으로 단숨에 술잔을 비우자는 의미일 것 같다. 좋은 날에 남북이 함께 어울려서 기분 좋은 건배사를 주고받을 날은 언제쯤이 될지, 그 날이 어서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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