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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그 화사한 빛깔과 자태로 봄을 알리는 전령 같은 꽃이다. 북한에서는 이 진달래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통일연구원 이지순 박사와 북한에서 진달래의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진달래 

진달래꽃은 두견화, 참꽃이라는 이름과 함께 함경북도에서는 천지꽃으로 불린다. 도시 주변의 숲 뿐 아니라 해발 1000미터 이상에서도 자라며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른 봄날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어 북한에서는 봄의 전령이라고 한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주민들 손에 들린 진달래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분홍 진달래나 철쭉을 흔드는 환영 인파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북한의 기념비적 건축물에도 진달래가 자주 등장한다. 김일성 주석의 7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982년에 제막된 ‘개선문’에도 70개의 진달래꽃이 부각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 사후 3년이 되던 1997년 평양 려명거리에 세워진 ‘영생탑’에도 사망당시 나이와 같은 82송이의 진달래가 부각돼 있다.

진달래, 김정숙의 꽃으로 불려 

북한에서 진달래는 김정숙의 꽃으로 불린다. 김정숙은 김일성 주석의 부인이자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어머니로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백두산 3대 장군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1917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운동을 했다고 영화 등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항일투쟁 당시 김정숙이 백발백중의 명사수였다고 선전한다. 김정숙은 1949년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북한은 과거 김정숙이 활동했다고 전해지는 지역에 혁명 사적지를 꾸며놓는가 하면 탄생 100주년인 2017년에는 기념주화를 발행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우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정숙이 백두산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하던 당시 만들었다는 수예작품 <조국의 진달래>는  북한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진달래는 우리 어머니께서 제일 사랑하시던 꽃입니다.’라고 얘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1962년에는 <진달래>라는 시를 쓰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다. 

때 늦은 봄에도 사연을 담아  

해빛(오기 아닙니다!) 밝은 강산에 피는 진달래  

못 잊을 어머님의 그 모습이련가  

진달래야 진달래 조선의 진달래~

  

이 <진달래>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라고 한다.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란 북한의 지도자가 창작한 문화예술작품들로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하는 명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진달래를 소재로 만들어진 많은 작품들

북한에서 진달래를 소재로 하는 예술작품은 문학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무용 등 아주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1970년 만수대예술단이 창작한 <조국의 진달래>로 북한의 4대 명작무용 중 하나로 꼽힌다. 양손에 진달래꽃을 들고 추는 군무가 인상적인 작품인 <조국의 진달래>는 1939년 김일성의 함북 무산지구 진출이 시대적 배경으로 여성유격대원들의 혁명에 대한 신념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에게 진달래하면 가장 친근하게 떠오르는 것은 김소월 시인이 쓴 “진달래꽃”이 다. 진달래꽃은 192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이 작품에 나오는 영변은 평안북도 동남부의 지명이다. 지금은 영변하면 북한의 핵 발전 시설이 제일 먼저 떠오지만 100여 년 전 시인은 이곳 약산에서 진달래를 노래했다.

‘진달래꽃’은 1920년대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시 가운데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하는 이들도 많다. 이 작품을 주제로 만들어진 노래도 여럿 있다. 

남쪽 지방부터 피기 시작한 진달래는 중부지방을 거쳐서 서서히 북쪽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에나 영변의 약산 진달래를 볼 수 있을까? 남북이 편하게 왕래하면서 두견주에 화전을 나누고 소월의 시를 읊으며 진달래에 맘껏 취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