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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어머니날

#한반도 리포트 l 2023-05-10

한반도 리포트

ⓒ YONHAP News

지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날을 맞아 붉은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고,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북한에도 ‘어버이날’이 있을까?

현인애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북한의 어머니날을 살펴본다.


2012년부터 제정된 어머니날

불면 날아갈까, 손대면 깨질까, 금지옥엽으로 자식을 키운 아버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기리는 ‘어버이날’은 올해로 51회를 맞는 유서 깊은 기념일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어버이날’이 없다. 북한은 ‘어버이날’ 대신 매년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11월 16일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열린 제1차 어머니 대회에서 연설한 날이다. 이 연설에는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결혼한 여성들이 외부활동에 나서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2년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공식 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첫해 김일성 주석이 연설을 했던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 한국의 ‘어버이날’도 원래 이름은 ‘어머니날’이었다. 6.25전쟁으로 남편 없이 홀로 양육과 살림을 하는 여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그 후 1973년 의미를 확장해서 ‘어버이날’이 됐다. 북한은 여전히 ‘어머니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아버지 장군님’, 김일성을 ‘어버이 수령’이라고 부른다. 즉, 어버이는 최고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단어다. 김정은 위원장이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한 것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을 관철해 최고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뜻이다. 이렇게 탄생한 ‘어머니날’은 여성의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어머니날 

‘어머니날’이 되면 북한은 매년, 관영 매체를 통해 어머니와 여성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 방영하고,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다채로운 공연을 연다. 꽃 상점도 ‘어머니날’이 대목이다. 각 가정과 직장에서는 어머니와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꽃다발을 선물하고, 북한의 아들, 딸들은 주로 화장품을 준비한다. 

북한의 ‘어머니날’ 빠질 수 없는 것은 카드인 ‘축하장이다. 북한은 ‘어머니날’이 되면 자식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축하장’을 보낸다. 다양한 서체로 ‘어머니날을 축하합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축하장’은 북한 내 최고 미술 엘리트들이 제작한다. 


여성을 강조하는 배경은 출산장려

공휴일로 지정된 ‘어머니날’은 북한의 전 주민이 온 힘을 쏟아 축하하는 북한에서는 왜 이렇게 ‘어머니날’을 강조할까?

북한이 여성을 강조하는 첫 번째 배경은 출산장려다. 대북제재로 경제난이 계속되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북한도 저 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은 영웅으로 불린다.

노동력이 부족한 북한은 7명에서 8명 정도의 자녀를 낳은 여성에게 ‘모성 영웅’ 칭호까지 수여한다. 특히 다둥이는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선전할 만큼 ‘나라의 경사’로 치부된다. 북한은 세 쌍둥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에게 약품과 식료품 등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살림집까지 우선 배정할 만큼 다산을 강조한다. 그런데 여성의 역할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사회주의적 여성’의 역할

북한은 1945년, ‘조선민주여성동맹’, 이른바 ‘여맹’을 창립했다. 31세부터 55세까지 전업주부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여맹’은 기혼여성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북한 어머니들의 임무는 당의 정책을 가정에서부터 관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벽부터 아침밥을 차리고는 출근길 선전전에 나서고 남편을 도와 다양한 작업 현장에 투입되고, 구호품 등의 물자 지원을 돕는다. 북한 정권은 이를 두고 여성 해방, 남녀평등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여성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서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어머니날’뿐 아니라 3월 8일 국제 부녀절 등 여성과 관련된 날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을 조명하며 나라와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선전한다. 북한의 여성들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던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변하고 있다. 남성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했던 데서 벗어나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장마당이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면서 

여성들의 지위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북한은 여성을 ‘사회주의의 꽃’, ‘가정의 꽃’이라고 한다. 장마당 활동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들은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걸 맞는 환경이 더해진다면 이들이 중심이 될 북한 사회는 오늘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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