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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탈북자 문제를 다룬 소설 ‘오래된 약속’의 저자, 윤정은 작가

2012-04-19

최근 중국의 강제 북송으로, 탈북자 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다룬 소설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15년 전,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을 도왔던 작가 윤정은씨의 ‘오래된 약속’이라는 소설인데요.
이 소설은 탈북자 13명과 이들을 돕는 남한 활동가들이 함께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는, 7000km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1997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 윤정은씨의 설명 들어보시죠.

(작가 윤정은) 1997년도에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에 북한 식량난민으로서 최초로 망명 신청을 했던 13명의 탈북자들이 있어요. 이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들이고요.
이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 북한 식량난을 알린 최초의 증언자이기도 했고 식량난민으로서는 공개적이고 집단적으로 망명신청을 했던 최초의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탈북자들이 낸 망명신청은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에 의해 거부 당하고 나중에 한국정부로부터 중국이 아닌 제3국으로 오면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이 옵니다. 그래서 13인의 탈북자는 또 다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데요 탁구공처럼 이 국경, 저 국경 왔다갔다해서 핑퐁난민사건이라고 불리게 됐고.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은 작가 윤정은씨의 실제 경험담이기도 한데요.
1997년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지인들의 권유로 북한 식량난민을 돕기 위해, 중국행을 결심했고 그들과 함께 제3국행을 선택했습니다.
‘오래된 약속’의 주인공은 당시 그녀가 실제 만났던, 탈북 여성 ‘만금’으로 이 소설에서는 작가의 경험과 실화를 토대로 북한의 처참한 식량난과 목숨을 건 탈북과정, 그리고 제3국으로 가는 고달픈 여정을 담담히 그렸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느껴야 했던, 남한 활동가와 탈북자의 문화적 충돌과 갈등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소설 낭독) 북한 사람들을 만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북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던 듯하다. (...) 나는 그날 비로소 북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보이기 시작했다. (...) 이런 구분은 나에게 또다른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 한국을 떠날 때 처음 가졌던 마음은 진심을 다해 그들을 돕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뿐이었다. (...) 그러나 점차 그들을 알아가면서 돕고 싶은 북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선별하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작가 윤정은) 1929 일단은 서로 학교나 사회에서 너무 다르게 배운 게 많더라고요. 소설에서도 나오지만 한국사람 나영이, 탈북 청소년이었던 강민이와 남침이다, 북침이다로 언쟁을 합니다. 서로는 전쟁과 분단의 책임을 남한은 북한 탓이라고 배웠고 북한은 남조선 탓이라고 배웠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적대적인 체제가 개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러니까 서로 똑같은 인간으로서 느낄 법한 감정, 이해, 이런 것들이 있는데 남북한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좀 배제하고 처음부터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거죠. 그 두려움 속에서 의심, 경계, 갈등, 여러 가지들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윤정은 작가는 여정이 길어질수록, 북한 주민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가 서서히 실망으로 바뀌었고,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어 몸부림 칠 때도 많았다고 그 당시를 회상하는데요.
하지만, 그녀는 함께 했던 그 여정이 절망적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만났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함께 동행 했다는 것 거기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가 윤정은) 제가 소설이라는 이 책의 장르를 택한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방식, 남북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 다르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우리가 서로 보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싶어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했고요.

그 남한 사람, 북한 사람들이 서로 좀 다른 점들을 알아가고 또 이해하는 과정,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었고요. 그 체제보다는 개인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도운지, 1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윤정은 작가는 지금도 세미나와 토론회, 각종 기사를 통해 탈북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탈북자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심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윤정은 작가) 중요한 것은.. 탈북자 인권이 뚝 떨어져서 별도로 존재하는 인권이 아니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문제랑 연결되어 있습니다. 배고픈 북한 사람들이 중국으로 건너가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북한의 식량난이 어떻게든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식량난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인권의 시작일 겁니다.
그동안 남북교류 사업이라든가 그리고 민간 차원이든 정부 차원이든 북한의 식량지원을 하는 것들이 많이 이렇게 중단됐잖아요. 그런 것들이 일단 저는 재개돼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탈북자 문제는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 나가야 되겠죠.


윤정은 작가는 15년 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국민이 ‘탈북자와 끝까지 동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는데요.
그녀의 소설 ‘오래된 약속’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를 이념지형이 아닌, 인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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