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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통일미술전시, 슬픔의 벽

2016-12-01

통일미술전시, 슬픔의 벽
서울 남산자락에 위치한 주한독일문화원. 분단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해온 김혜련작가의 ‘슬픔의 벽’전시가 진행중입니다.

저는 벽, 하면 베를린 장벽, 그리고 이스라엘의 통곡의 벽... 이런 게 떠오르거든요? 근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이만큼, 혹은 이것보다 더 잔인한 벽이 있어요. 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아직도 그 뒤에는 지뢰가 가득하고, 또 서로 밤마다 선전방송을 크게 트는 벽이 있으니 저는 이것을 슬픔의 벽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김혜련작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공부와 작품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2001년 한국에 돌아온 후로는 파주와 베를린을 오가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기억을 품은 두 도시, 파주와 베를린 모두를 경험한 작가에게 분단은 특별한 의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작업실을 찾기 위하여 파주라는 곳을, 자유로가 난 길을 처음으로 가게 됐는데, 그 때 제가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그 긴 한강 하구부터 임진강까지 끝도 없이 아름다운 강변에 철조망이 있는 거예요. 그런 광경을 저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공교롭게도 그게 제가 10년간 타지에 있다가, 통일된 기쁨을 누리는 나라에 당연한 혜택을 받고 돌아왔기 때문에 아마 그 철조망이 저에게 정말 가슴을 찌르는 듯한, 시각적이면서, 동시에 정말 통증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파주에 정착하게 되면서 비로소 제 삶을 돌아보고, 제가 처한 사회적 현실에 뒤늦게 눈뜨게 된 거죠. 나 자신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내 재능과 시간을 어디에 바쳐야하는가, 라는 심각한 질문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규칙적으로 저 자신을 위한 커다란 프로젝트로 통일에 관한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여기에 쓰인 이 철사? 이게 뭘 의미하고 여기 색동 이건 정말 한복을 쓰신 건지 그게 궁금한데 말씀 좀 해주세요. 동네 철물점에서 살 수 있는 기다란 쇠로 된? 그런 줄을 2개 엮어서 늘어뜨렸고요. 그리고 가운데 있는 철망도 그냥 철물점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쇠 재료고요.

실제로 이 번 전시에는 ‘색동’, ‘고깔모자’ 등 철조망을 상징하는 철망을 이용한 오브제 작품이 20여점 전시됐습니다.
특히 ‘일곱 개의 별’이란 작품은 철망위에 철핀뭉치로 된 7개의 별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비록 지금은 남북이 분단돼 있지만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면 일곱 개의 별이 합해져 북두칠성과 같은 행운이 있을 것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이 철망은 그냥 동네 철물점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그 소위 고기 굽는 판이라고 해서 아주 평범한 그냥 철망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것을 보는 순간 이 구조와 재질이 저에게 주는 이중적인 느낌을 확 받았어요. 제가 무겁게 감옥처럼 느끼는 분단선의 이미지와 동시에 공기가 끊임없이 빠져나가잖아요. 그리고 은색이잖아요. 빛나잖아요. 그리고 이 철사가 얇고 약해서 굉장히 다양한 어떤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작가로서 본능적으로 확 와 닿은 거죠. 이 철망오브제 한 20점 되는 이 작품이 전부 다 다른 형상과 감수성과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이것이 뭐라고 할까요. 이 보이지 않는 분단, 분단선, 제 작품에 있어서는 가시화되었지만 철망으로. 이것이/ 먼저 우리 마음속에서 융해되고 화해되고 승화되어져야만 실제적으로 물질에서 그것이 없어진다고 가능성이 생긴다고 믿어요. 그래서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작품화한 거죠.

이번 전시는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주한독일문화원 전체를 전시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요, 계단은 물론 강의실 사이사이에도 조명을 설치하고 작품들을 전시했습니다.
그리고 중앙홀 벽면에는 수묵으로 드로잉한 <너의 얼굴>이라는 작품이 마치 벽화처럼 설치돼 있는데요. 59점의 초상화로 구성된 <너의 얼굴>의 주인공은 단 한명의 북한 병사입니다. 어떤 초상에는 눈, 코, 입이 모두 없는가 하면, 코가 없기도 하고, 입이 없는 초상도 있고, 또 온전한 초상도 있습니다. 그 눈과 입은 밝게 웃기도 하고, 수줍어하기도 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김혜련작가는 북한 병사의 환한 웃음을 통해 남북간의 적대감이 치유되기를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관객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남① 저도 개인적으로 판문점에서 북한 병사의 얼굴을 봤고 북한 사람들 모습을 지금도 떠올릴 수 있는데 그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있지만 일관되게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묻어나오는 것, 웃는 얼굴인데도 슬픔이 묻어나오는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분단에 대해서 생각하는 그런 계기가 됐습니다.

여 ② 북한 병사들의 얼굴들을 이렇게 추상적으로 그린 모든 얼굴들인데 그 얼굴들은 우리와 똑같은 얼굴들인데 참 가슴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장병들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회화, 수묵, 설치 등 분단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슬픔의 벽>
김혜련작가는 이들 작품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남과 북의 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갖기를 기대합니다.

① 저는 통일이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양심이자, 아주 생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정치 경제적인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게 저는 우리가 역사공동체, 언어공동체, 그리고 문화공동체였다는 그런 심각한 절실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이런 감정을 저는 제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한독일문화원 입구에 서면 높은 천정에 매달린 설치작품이 보입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산들산들 흔들리는 100개의 연으로 구성된 <나의 연>이란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도 작가의 통일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2014년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가 근처에 있는 작가 레지던스에 참여하면서 그 때 제작한 작품이에요. 이때 대형, 한지에 먹과 수채화로 대형드로잉을 3점 만들었어요. 그래서 전시를 하고 온 적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제 작업실, 파주의 제 작업실에서 100개의 작은 연으로 해체시킨, 변형한 작품이에요. 그러면서 저는 왜 나의연이라고 이름을 붙였냐 하면 정말 임진강 위에 저의 저 연을, 100개의 연을 날리는 꿈을 꾸죠. 작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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