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대상 김수연
재외동포들의 한글 문학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우리 국민의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재외동포 문학상 공모전이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올해는 59개 나라에서 13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이 중에서 단편소설 대상은 ‘혜선의 집’을 쓴 김수연 씨(캐나다 거주)가 차지했다.
2020년 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 소설 대상을 차지한 캐나다 동포 김수연 씨를 만나본다.
이민자의 삶을 다룬 ‘혜선의 집’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외국에서 평생을 사는 것의 진한 외로움, 노년의 삶을 담고 싶었다는 김수연 씨. 1998년 봄에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 온 뒤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김 씨는 한국에서는 글을 쓰지 않았고, 캐나다에 온 뒤 식당을 하면서 손님이 오지 않는 시간이 견디기 어려워서 책을 읽으면서 글 쓰기의 갈망이 커졌다고 한다. 2,3년의 습작 시기를 거쳐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메모리얼 가든’이란 작품으로 등단하게 됐다. 본명은 반수연으로 캐나다에 온 뒤 남편 성을 따라야 해서 김수연이 됐다.
등단 이후에는 혼란의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을 하느라 글쓰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재외동포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공모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등단 후 10년만에 단편소설 대상이란 영예를 차지하게 됐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함,
글쓰기만이 주는 확고함 기쁨 있어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소설을 쓰게 됐다. 너무 외롭고 할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글을 쓰게 됐다. 그동안 써온 글을 내년에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이민자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더 쓰고 싶다. 외국에서 고국 사이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고국을 그리워 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보고 싶다는 김수연 씨.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 열심히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 김수연 作 <혜선의 집> 중에서 - (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 .......... 계단이 아득했다. 혜선은 손때로 반들반들해진 핸드레일을 잡고 발을 아래로 내딛었다. 이 집은 계단이 현관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복이 고이질 않을 거다. 친정어머니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미국 생활 십 년 만에 산 첫 번째 집이었고, 어머니가 미국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었다. 어머니의 표정은 말보다 더 불길했다. 그럼에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온몸으로 혜선의 불안을 자극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 말이 떠올랐다. 고등학생이던 둘째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발목뼈가 몇 조각으로 깨졌을 때도, 진석이 앞마당 잔디를 깎다가 돌이 튀어 옆집 할머니의 머리를 다치게 했을 때도, 그 일로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도, 이층 안방의 비데가 터져 아래층이 물바다가 되었을 때도, 큰 아이가 의사고시를 두 번이나 떨어졌을 때도 어머니의 예언은 저주가 되어 불쑥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 날이면 집은 들판의 천막같이 허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혜선은 그 집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가파른 계단에 우두커니 앉아 현관문 위에 뚫린 창으로 해가 기우는 것을 보며 가족 중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