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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미주문학상 수상… “토네이도” 신지혜 시인

#글로벌 코리안 l 2021-09-17

글로벌 코리안

사진 제공 :  신지혜

미주문학상 수상.. ‘토네이도’ 신지혜 시인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 제27회 미주문학상 수상자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신지혜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토네이도’로 2002년 등단 후 재외동포문학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문학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신지혜 시인을 만나본다.  


토네이도 

     - 신지혜


대륙을 강타한 토네이도

너는 처음에 무화과나무 밑에서 부스스, 가느다란 실눈을 떴지

고요해서 숨이 막혀요

너는 이따금씩 울부짖었지 너는 마침내 홀로이 길을 떠났지

너의 가느다란 휘파람으로 들꽃의 울음 잠재워주곤 했지


나 자신이 누구야, 대체 누구란 말이야, 

너는 외로움 씨눈 하나 빚었지

너는 천천히 스텝을 밟게 되었지

누군가 너를 상승시켰지 점점 격렬해졌지

벌판 들어 올리고 내려놓으며 바다 철버덕 내리치며 빙글빙글 도는 동안

휘말리는 대지, 바다, 허공이 너에게 자석처럼 달라붙었지

네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지

루핑들이, 입간판들이, 너의 손을 잡고 달려주었지


너도 처음엔 아주 미세한 숨결이었어

무화과나무 그늘 밑에서 겨우 부스스 눈을 떴어

처음부터 토네이도로 태어나진 않았어


토네이도는 캔사스 주 들판을 송두리째 뒤엎고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할딱이는 가느다란 숨결은 나뭇잎 한 장 뒤집을 힘도 없이 

어느 오후 공기의 대열 속에 틀어박혀 고요한 공기 눈알이 되었다 

마치 한 사람의 격렬한 인생처럼, 

치열하게 광란하던 한 시절만이 벌판의 전설이 되었다


사람 사는 인생의 노정이 ‘토네이도’와 같아...

미주문인협회는 제27회 미주문학상 수상자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신지혜 시인을 선정했다. 미주문학상은 1987년 제정돼 미주한인 문단에서 활동하는 기성 문인들을 대상으로 전년도 발표된 우수한 작품을 뽑아 매년 시상한다.

올해 수상작으로 뽑힌 ‘토네이도’는 지난 2018년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을 받은 바 있다. 심사를 맡은 한양대 인문학과장인 유성호 평론가는 “작품이 형상화와 주제 의식에서 남다른 성취를 일관되게 잘 보여주고 있다”며 “토네이도는 인간이 처한 실존적 벼랑과 함께 그곳에서 순간의 도약을 새롭게 꿈꾸는 역설적 웅크림을 경험하게 한다”고 평했다. 

신지혜 시인은 “사람 사는 인생의 노정이 ‘토네이도’와 똑같다”며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넓고도 거친 세상 한복판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일, 즉 이 세상의 눈뜨고 나온 모든 존재의 노정이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 시인’ = 신지혜  

서울에서 태어나 1998년 미국으로 이민 간 신지혜 시인은 ‘우주 시인’으로 불린다. 남다른 큰 우주적 스케일의 사유와 변화 무쌍한 상상력을 시로 녹아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는 시집 <토네이도>를 ‘우주의 파노라마’라고 평했다. 

신 시인은 이 지구상에서 치열한 삶을 사는 모든 선한 존재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며, 이 지구가 돌아가는 이유는 오직 그들 덕분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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