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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제23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대상 <메주> 최승현

#글로벌 코리안 l 2021-10-01

글로벌 코리안

사진 제공 :  최승현

제23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대상, 최승현 

재외동포재단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재외동포문학상” 2021년 공모 결과, 총 54개국에서 630여 편의 작품이 모였다. 이 가운데 시, 단편소설, 체험 수기 등 총 37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 부문에서 <메주>라는 시를 선보여 대상을 수상한 최승현 씨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하며 기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 부문 대상 수상자인 최승현 씨와 이야기 나눠본다. 


메주

                     - 최승현 


오래 매달려 있다 병실 가득 고린내 풍긴다

냄새가 고약하다고 엄지와 검지로 코를 막는 

손녀의 뽀얀 볼때기 꼬집는다

알맞게 익어야 제 맛 나는 내 나라의 음식은

부글부글 끓어도 인내하고 마는 어머니 속내 닮았다

일 년 째 병상에서 투병 중인 그녀 나이 헤아리며

한 세기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알몸 어루만진다 

석회질 다 빠져나간 앙상한 뼈와 하얗게 센 머리칼

내뱉지 못하고 말라버린 말들의 유적이 

가계(家系)의 내력을 세로쓰기 하고 있다

호스로 칭칭 감긴 그녀 새끼줄에 매단 메주 같다

한 생애를 참고 견디며 꾹꾹 눌러 빚은 

구덕구덕한 언어들이 그녀의 입천장에 매달려 있다

그녀의 입에 귀를 대고 

말들의 풍경이 건네는 전설(傳說) 듣는다

쩍쩍 갈라지고 바싹 마르면 거둬야하느니라

염수(塩水) 다 빠져나간 링거병

서서히 눈 감는 어머니

볕이 잘 드는 독에서 장을 꺼내

마지막 밥상 차리고 있다 


재외동포문학상 ‘시’ 대상 수상

재외동포재단이 매년 공모하는 제23회 재외동포문학상 성인 부문 대상 시 부문에서 응모작 ‘메주’가 선정됐다. 최승현 씨는 러시아에 거주하면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로 활동중이다. 최승현 작가는 단편소설 부문에서도 ‘좌표없는 이방인의 나라’로 가작 3명 속에 이름을 올렸다. 

대상을 받은 작품 ‘메주’는 1년 넘게 투병중인 어머니의 모습을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묘사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문학 전공한 뒤 러시아로 

최승현 작가는 한국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불교계 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러시아 정부 초청 국가장학생으로 모스크바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끝낸 최 작가는 현지 언론사의 한국어 번역, 국내 언론사 등 주요 기관의 러시아 통신원 활동을 했다. 또 2018년 모스크바 한인회 사무국장을 맡아 지난 3월 발간된 ‘모스크바 한국인 30년사’ 출간을 주도했다. 


동포들의 삶을 기록하고파 

가족들과 함께 잘 사는 것.. 더 나아가 동포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싶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고 드러내주는 사람은 없다. 동포의 삶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나, 최승현의 일이라 여기며, 앞으로도 꾸준히 쓰는 삶을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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