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 <타이거 마스크> 중에서
밥을 먹다 말고 아버지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 금수 씨는 입술을 깨무는 아버지를 보지 않기 위해 마주 앉은 아버지 뒤쪽 벽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여지없이 그 벽의 옷걸이용 못에 걸린 타이거 마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바탕은 희고, 이마와 눈 아래쪽에 검은 줄 몇 개가 굵게 간 고무 재질의 레슬러용 마스크. 타이거 마스크는 늘 거기에 걸려, 늘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구멍, 콧구멍, 입 구멍이 있는 대로 늘어져 몹시 졸린 듯한 표정의…. 그래서 금수 씨는 아버지를 보지 못한 지난 이십 년간 어떤 이유로든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아버지의 얼굴보다 타이거 마스크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 ‘타이거마스크’를 쓴 이수정 작가
올해 개최된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에 재미동포 이수정 씨의 ‘타이거 마스크’가 선정됐다.
동포재단은 4월 22일부터 6월 20일까지 약 2개월간 작품을 공모했고, 총 43개국에서 802편의 작품이 응모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단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재미동포 이수정 작가를 만나본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타이거 마스크’
2022년도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타이거 마스크’는 1960~1970년대 한국에서 황금기를 거친 프로레슬러의 명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미국인 선수들에게 맨날 지는 역할만 하던 레슬링 선수에게 동정심을 느끼던 아버지는 이 선수가 사고로 죽자 급기야 ‘타이거 마스크’의 대를 잇게 된다. 레슬링 선수에게 본인의 무력한 신세를 투영하던 아버지와 그 가족들이 겪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시안 혐오 범죄, 코로나19 팬데믹 이슈까지 담겨 있다.
20여 년 간 뉴저지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경험을 담다
2001년 남편과 미국으로 건너간 이수정 작가는 ‘타이거 마스크’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민자들은 외부의 어떤 힘이 덧씌운 프레임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 프레임을 ‘타이거 마스크’에 투영해 봤습니다. 그 프레임을 부분적으로 나마 깨고, 자유롭게 살아갈 용기를 내고 싶었습니다.”
온라인 소설 북클럽을 결성하고, 로컬 라디오 방송에서 ‘명작소설 속 명장면’ 코너를 운영하는 등 한인들에게 소설을 전하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이수정 작가. 이번 수상을 앞으로 많은 사람과 소설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정진하라는 뜻으로 삼겠다는 이 작가의 미래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