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정신 장애인이 거주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범정부·민간이 참여하는 '장애인 탈시설 추진단'을 구성하고, 정책 방향과 추진 일정, 예산 등을 포함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2017년 인권위가 전국 중증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 거주인 1천5백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67%가 장애인 거주시설에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이유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가 44.4%로 가장 높았습니다.
정신요양원의 경우 10년 이상의 장기입소자가 65%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1개 방에 '3~5명'이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52.4%, '6명 이상'이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36.1%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거주시설의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 38.3%, '자신이 원할 때 자유롭게 목욕하기 어렵다' 34.8%, '기상과 취침 시간을 결정할 수 없다' 55.0%, '식사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75.4% 등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 이후, 1990년대 소쩍새 마을부터 최근 남원평화의 집(2016), 대구시립희망원(2016) 사건 등 일부 사회복지법인들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대, 노동착취, 비리 등의 인권침해도 지속해서 발생해왔다고 인권위는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국가와 사회가 거주시설의 장애인이 처한 인권 침해적 상황이나 장애인 개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 대해 고민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거주시설의 장애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후 10~20년, 심지어는 사망할 때까지 살고 있고, 이들에게 사생활과 다양한 삶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정부가 탈시설 전담기구와 부서를 설치하고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 탈시설 정책을 적극적으로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오는 25일부터 한 달간 전국 7개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장애인인권단체와 함께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