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내부 브리핑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시간 17일 보도했습니다.
WP는 자사 기자 2명이 다음 주 출간하는 신간 '매우 안정적인 천재'에서 2017년 7월 20일 미 국방부에서 열렸던 브리핑을 소개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대전 이후의 세계질서와 미국의 위상 유지 방안에 대해 설명할 생각으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여러 차트 등을 동원해서 어떻게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이라크, 한반도, 시리아 등지에서 테러와 핵 위협 등을 막아내는지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업 같은 분위기에 짜증이 난 것 같았고 이내 불평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번째는 한국이 100억 달러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것이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격추해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그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거나 한국에 보호 비용을 청구할 것을 제시했다고 WP는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의 해당 브리핑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취임 초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왔다는 것은 여러 책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4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에 통보했다며 10억 달러 시스템이라고 공개 발언했었습니다. 이어 곡절을 거쳐 미국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합의가 재확인됐습니다.
WP의 이날 기사에 나온 100억 달러라는 수치는 10년치의 사드 비용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에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10년간 100억 달러가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신간의 제목 '매우 안정적인 천재'는 스스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입니다. 그는 2018년 초 트럼프 행정부를 다룬 책 '화염과 분노'에서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나는 안정적인 천재"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