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8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현지시간 8일 오후 6시 사무총장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출신 후보가 지원했습니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 한국과 아프리카 후보의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접수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유럽 국가에서 후보를 내면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으로,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전문가라는 점, 최근 코로나 19 사태 진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은 점도 공략 포인트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점을 알리기 위해 다음 주 정부 대표단과 함께 WTO 본부를 찾을 예정입니다.
다만 유 본부장의 출마 선언 이후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일본의 대응은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앞서 WTO는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5월 14일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후보 등록이 끝나면 각국 후보들은 오는 15∼17일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 공식 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하고 회원국의 질문을 받습니다.
유 본부장의 발언 순서는 후보 접수 순서에 따라 5번째로, 이르면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 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됩니다.
최종 선출까지는 통상 6개월이 걸리지만,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새 사무총장 앞에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봉쇄 조치로 멈춰선 글로벌 교역의 재개,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 재정비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