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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중 IT경쟁에 한국 고민 커져…중국도 '데이터안보' 참여 요청

Write: 2020-10-15 15:25:43Update: 2020-10-15 15:32:27

미중 IT경쟁에 한국 고민 커져…중국도 '데이터안보' 참여 요청

Photo : YONHAP News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주도의 정보통신(IT) 구상 참여를 한국 정부에 요청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낀 한국 입장이 더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이 14일 한미 양자간 고위급 공식 회담에서 중국 IT기업 장비를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중국 역시 최근 한국 정부에 자국 주도의 IT 구상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5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화상회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에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업체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이 추진 중인 클린 네트워크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동참도 요청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유럽 일부 국가는 참여의 뜻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말 외교시설 장비에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가 공급하는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클린 패스(Clean Path)' 프로그램을 공개한 데 이어 8월에는 여기에 클린 스토어, 클린 앱스, 클린 클라우드 등 5가지 항목을 추가한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SED 회담 전에도 주한 미국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한국 정부에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그간 설명에서 사용을 배제할 기업명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화웨이, ZTE 등 중국 IT기업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의 화웨이와 거래 중단 요청에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넘어갔는데, 배제 대상이 중국 IT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갈등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버티기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이 계속 미적대다간 자칫 인공지능(AI)·자율주행·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협력을 기존처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방어에 집중했던 중국도 최근에는 맞대응에 나서며 한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왕이 외교부장이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 구상을 발표한 뒤 주한 중국대사관 등을 통해 한국에 관련 사항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왕이 부장이 발표한 이 구상을 언급하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함께 글로벌 데이터 보안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 구상은 미국의 중국 IT 업계 압박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제안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IT 보안 문제에 있어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양국 모두 IT보안에 대한 국제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구상 참여의 압박 강도를 높일 경우 한국이 미중 외교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두 강대국의 경쟁 속에 우리는 갈등과 대립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한국의 입장과 비슷한 주변국들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며 선제적 물밑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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