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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녀절로 본 북한 여성의 위상

2019-03-07

© KBS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75년 UN 공식 기념일로 지정되어 세계 170여 개 국에서 이 날을 축하하는데,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국제 부녀절’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인권 사각지대로 알려진 북한이 ‘국제 부녀절’을 주요 기념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북한 내 여성은 어떤 위치인지 통일교육원 정은찬 교수와 알아본다. 


북한의 국제기념일 ‘3.8국제부녀절’ 

북한의 ‘국제부녀절’ 풍경은 성 평등, 여성 인권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나라의 ‘세계 여성의 날’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 여성들은 ‘국제 부녀절’을 맞아 공장, 기업소, 동네 별로 여성들만 따로 모여서 음식도 나눠 먹고 여러 가지 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보낸다. 이 날 북한에서는 남편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거나 화장품이나 꽃을 선물로 준비하기도 한다. 당 차원에서도 매년, 중앙 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1946년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 공표

북한은 1946년 남녀 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공표한 바 있다. 이 법령에는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하며 강제 결혼을 반대하고, 이혼의 자유, 양육비 소송권 인정, 성매매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에는 이 법을 더 구체화했다. 재산 상속에서의 남녀평등, 가정폭력 금지, 결혼과 임신, 출산 휴가 등의 이유로 해고 금지 등의 조항을 담았다. 법률상으로 북한의 남녀평등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에 속한다. 산전, 산후 휴가도 산전 60일, 산후 180일로 세계에서 영국 다음으로 긴 국가다. 그렇지만 실제 북한 여성의 삶은 법률과는 거리가 멀다.


법으로만 존재하는 남녀 평등권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남성과 같지 않다. 국제 무대의 경우,UN에서 활동하는 여성 외교관 중 북한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물론 북한에도 여성 정치인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각종 국제 행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했다. 북한 외무성 북미 국장에서 최근, 부상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대표적인 여성 외교관이다. 

그러나 몇몇 여성을 제외하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북한 여성 외교관은 전무하다. 가정에서도 북한은 가부장제적인 성격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가사 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도맡아 하고 있다. 북한에서 여성은 가정의 꽃, 사회의 꽃으로 불리지만 실제 삶은 팍팍하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에 나선 북한여성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배급 체제는 사실상 무너졌다. 이때부터 북한 여성들은 남편을 대신해 장마당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북한 여성들은 일도 하면서 가정도 꾸려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장마당이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되면서 현재, 북한 여성들의 지위는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높인 북한 여성들은 가정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에는 ‘국제 부녀절’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여성의 축복받은 삶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TV에서도 일하는 엄마에 관한 선전 프로그램을 자주 방송하면서 일하는 여성을 칭송하고,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북한이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국제 부녀절’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조치, 그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정은찬 교수는 말한다.


갈 길 먼 북한 여성들의 지위 

가정에는 충실한 어머니이자 아내이며, 사회에서는 국가적 사업을 완벽하게 해내는 북한 여성들. 국제부녀절을 맞아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남녀평등과 달리 북한 여성들의 지위향상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