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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음악

2019-09-05

© KBS

한국의 대중음악을 일컫는 ‘K-Pop’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K-Pop의 대명사인 ‘방탄소년단’은 ‘21세기 비틀즈(Beatles)’로 불리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유럽에서도 올해 유럽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상품으로 K-Pop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대중음악은 이렇게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데, 북한의 음악은 어디까지 왔을까? 

북한 음악의 특징과 변천사를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와 조명해본다. 


주체음악에서 악단 정치로... 

북한 음악은 주체 음악으로 정리된다. 주체 음악은 북한의 고유한 특징을 강조하고, 북한 주민들이 부를 수 있는 혁명적인 노래를 뜻한다. 즉, 북한 음악은 예술이라는 장르에 사상을 결합시킨 것으로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내용 또한 당에 대한 충성심, 북한 당국이 구호로 내세우는 각종 정책 강조, 최고 지도자 우상화 일색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북한 음악은 일대 분수령을 맞이한다. 

세계적으로 전자 음악 바람이 불던 198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보천보 전자악단’을 창단했다. 음악 정치로 불리는 북한식 음악의 특징은 고수하되, 형식은 전자 음악을 수용해서 이른바 ‘악단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보천보 전자악단’은 그 중심으로 전자음악을 북한식으로 발전시킨 ‘보천보 전자악단’은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우리 당이 바란다면’과 같은 지도자에게 바치는 송가, 사회주의에 대한 찬가를 연주하는 동시에 ‘휘파람’, ‘반갑습니다’ 같은 일상 생활의 감정을 노래한 생활가요를 새로운 장르로 안착을 시켰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비장한 혁명가요나 우상화 노래 일색이던 이전과 달리, 대중성을 겸비한 생활가요를 통해서 사상 교육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TV에 나온 ‘보천보 전자악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하루의 수고를 달랬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든 음악은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음악적인 재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일찌감치 음악 조기 교육 실시

북한은 일찌감치 음악 조기 교육을 실시했다. 1959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예술인 전문교육제도가 그 시작으로 김일성 주석은 유일지배체제를 각인시키는데 예술 영재들의 재능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했다. 음악 영재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지며 2000년대 들어서는 음악 사교육 시장도 등장했다. 금성학원을 졸업한 음악 영재 출신인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여사. 대중 가수로 시작해 북한 정치국 위원 자리까지 오른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현재 북한을 대표하는 여성들처럼 북한에서 음악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시도에 있는 음악무용대학에 배치되는 등 음악 예술인은 비교적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게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북한의 음악은 한결 자유로워지고 있다. 


이전과는 차별화된 무대를 선보이는 모란봉 악단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만의 공연 정치를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모란봉 악단’ 창단은 파격적이었다. 어깨가 드러난 옷과 화려한 액세서리, 레이저 조명 아래 전자악기를 다루는 모습은 이전 시대와는 차별화되는 무대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도 놀라웠다. 삼지연 예술단원은 수준급 관현악 연주에 맞춰서 세련된 몸짓과 함께 한국의 대중가요를 노래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과거와는 확연한 변화를 보여주는 북한 음악. 그 속에는 김정은 정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문화를 정치적 해석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 음악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고, 그 속에는 개혁과 개방을 향한 뜻이 담긴 만큼 음악에서 발견되는 변화가 북한 체제의 실질적인 변모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