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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데이트 문화

2021-01-21

ⓒ Getty Images Bank

새해를 맞이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연초 모임 등을 자제해야 해서 사람들 만나기가 힘들다. 사랑하는 연인들도 마찬가질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에 서로 휴대폰으로 문자를 나누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북한의 청춘 남녀들도 사정이 비슷할까? 

데일리NK 강미진 팀장으로부터 북한 남녀들의 데이트, 연애 문화에 대해 강 팀장의 경험을 중심으로 들어본다. 


개방적인 북한의 연애 풍속도

남한에서 북한의 연애에 대해 가지는 편견 중 하나가 북한에서는 주로 중매를 통해서 연인을 만난다거나 연애 풍토가 매우 보수적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최근 들어 연애를 바라보는 북한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남녀간의 연애가 과거보다 훨씬 자유로워졌고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스킨십을 하는 연인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공개석상에 팔짱을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연애와 스킨십에 대한 인식이 보다 유연해졌다. 여기에다가 북한 내부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이 더해져 북한의 연애 문화는 큰 변화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데이트 코스로 알려진 명소가 많듯이, 평양은 '인민대학습당'이나 '미술박물관'과 같은 공공장소가 공인된 데이트 장소고, 대동강과 모란봉, 대성산유원지의 산책로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방은 평양과 같은 데이트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 이렇다 보니 지방에서는 연인들이 함께 하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신종 업종들도 생겼다고 한다. 


“평양과 같은 대도시들에는 대동강, 보통강 이런데 산책길이 잘 돼 있어요. 그리고 공원도 좀 많고요. 모란봉, 만경대에는 만경봉 같은 경치 좋은 곳도 있거든요. 그리고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이 있는 용남산 주변도 그렇고, 곳곳에 공원이나 물놀이장, 유희장, 영화관 등 데이트 장소는 찾으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방의 경우는 공원이나 영화관은 꼽을 수 있는데, 사실 지방 같은 경우는 그런 장소가 많지는 않죠. 데이트 장소를 대여하는 곳이라고 이제 추측을 한다면 대기 숙박소라는 게 있습니다. 대기 숙박소는 열차를 기다리거나 차를 기다리는 그 주변에 있는 살림집 공간을 얘기하는데 사실 겨울에 덜덜덜 떨면서 데이트를 한다면 조금 기분이 안 나겠죠. 따뜻한 집안에서 서로 얘기도 하고 가져온 음식 같이 먹으려면 특별한 장소가 없으면 그런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런 장소에 찾아가면 일정량의 숙박비 보다 좀 저렴한 값을 내고 데이트를 하는 시간 동안 빌릴 수 있죠.”


상대의 경제적 능력을 중시

남한은 데이트 비용을 연인들이 각각 나눠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북한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남자들이 대부분 부담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 또한 최근 들어 많이 변했다고 강미진 팀장은 전한다. 


“대부분 가부장적인 사회다보니까 이전 같으면 남성들이 대부분 데이트 비용을 부담했을 것 같지만 최근 상황은 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0년간을 여성이 경제 주체가 되고 있기 때문에 돈을 활용하고 사용하는 것도 여성 쪽에서 좀 더 수월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살펴봐야 하는 점은 최근 10여 년 간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국의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일 노동을 하게 되면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트를 하는 남성은 여성을 생각해서 자기가 좀 폼나게 데이트를 하고 싶으면 그런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데이트 비용을 활용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과거 탈북민들의 얘기에 따르면 대부분 북한 남성의 경우 요조숙녀 이미지의 여성에게 호감을 갖고, 여성들은 상대의 출신 성분이나 정치적 사상을 최우선 조건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대의 경제적 능력을 많이 본다고 한다. 


“예전에는 저 사람이 당원이냐, 직업은 어떤 거냐, 그리고 가족 출신 성분이나 가족력을 봤을 때 정말 혁명성이 있는 집안이냐, 이런 걸 많이 봤죠. 그러다가 이것도 좀 바뀝니다. 뭐니뭐니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이런 인식이 조금씩 자본주의화가 되면서 2000년대 중 후반부터는 상대를 선택할 때 ‘잘 사냐’가 먼저예요. 그 집에 경제력이 어느 정도냐, 그리고 이 사람이 뭘 하는 직업이냐, 이런 걸 많이 따졌기 때문에 사상이나 당이 요구하는, 국가가 바라는 형태의 그런 사람을 떠나서 그 사람에 대한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것, 그래서 2010년대 중후반에는 중매를 하거나 연애를 할 때 은근슬쩍 상대에게 그런 얘길 한다는 거죠. 우리는 한국에 친척이 있다, 그러면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암시하기 때문에 이런 것도 결혼 업체들에서 많이 활용했다고 해요.”


최근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연구원이나 대학 교수 등의 직업을 갖도록 교육하면서 엘리트 직업을 가진 상대를 선호하는 풍토가 번지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도 북한 남녀의 연애는 꽤나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모든 것이 남한과 다를 것 같은 북한이지만 청춘남녀들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