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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행(2)

2021-02-04

ⓒ Getty Images Bank

북한의 은행은 조선중앙은행이 북한의 모든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단일 은행체제이고, 우리나라 은행이 가진 상업적인 역할이 거의 없다. 그러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지방은행 설립이 추진되었고 약 5년 전부터 북한 매체들도 북한 내 지방은행에 대해 보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북한의 은행’ 두 번째 시간으로 북한의 지방은행에 대해 오현종 변호사와 알아본다. 


2006년 상업은행법 제정, 대형 상업은행 설립 추진

북한은 지난 2006년 상업은행법을 제정하는 등 대형 상업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2010년 100억 달러 출자 규모의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시장경제가 아닌 계획경제를 고수하려는 세력의 반대로 상업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지 못 했다. 하지만 2015년 상업은행법을 개정하고 중앙은행 분점에 불과했던 각 시도별 지방은행을 상업은행의 성격을 가진 은행으로 전환했다. 

북한의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의 투자를 받아 지방은행 형태의 상업은행 설립을 허용했고, 2015년에 함경남도은행, 자강도은행, 양강도은행, 평안남도은행을, 2017년에는 평양에 평양은행을 세워 각 시도에 지방은행 설립 작업을 마무리했다. 


독립적인 권한 갖게 된 ‘지방은행’

과거에는 북한의 중앙은행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화폐유통, 자금 수요 보장, 자금 이용 통제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새로 설립된 지방은행은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각 지역 내의 돈 관리를 부담하고 있다. 

오현종 변호사로부터 지방은행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본다. 


“북한 지방은행 업무는 예금, 대출, 계좌 개설과 관리, 국내 결제, 대외 결제, 외화 교환, 거래자의 대한 신용 확인이나 보증, 카드 발급 등 13가지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 대출이나 채권 발행, 귀금속 거래, 고정 재산의 등록, 국고 업무 대리 등은 중앙은행의 업무가 지방은행으로 이전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환전과 개인 계좌 개설, 대금 결제, 카드 발급, 예금 업무 등은 새롭게 지방은행에 추가된 업무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중앙은행은 개인에 대한 예금과 대출은 제한하고 기관이나 기업소에 한해서만 예금계좌를 개설해 주고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지방은행은 개인에게 이체가 가능한 예금계좌를 개설해 줄 수 있도록 해서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지방은행이 상업은행 성격을 갖게 되었어도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북한의 사금융은 사실상 ‘개인은행’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환전은 물론이고 높은 이자를 주는 예금 기능과, 돈을 빌려주는 대부기능, 나아가 송금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사금융의 예금 이자율이 지방은행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은행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방은행은 제대로 된 상업은행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또한, 북한의 지방은행은 대출 서비스도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지방 은행의 역할은 제한적.. 사금융 양성화 나서

지방은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북한은 시장경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업이 자금 지원을 통해 영업실적을 낼 수 있고, 그 돈은 은행에 저축돼 기업예금으로 연결된다. 다시 말해 지방은행이 자유로운 대출 권한을 가지면 기업은 원활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고 이는 곧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은행의 예금이 불어난다. 그러면 은행은 대출을 더 넓힐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선 이미 사금융을 양성화 하고 있다. 

북한에서 상업은행이 설립된 것은 금융개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다. 하지만 지방은행이 수익성을 확보하고 제대로 된 상업은행 기능을 수행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북한이 우리나라 금융 인프라 개발 경험을 공유해서 북한 주민들의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투명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