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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압류로 북미 대치

주간 핫이슈2019-05-15

ⓒYONHAP News

북한은 14일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한데 대해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라며 즉각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9일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하고 배를 압류했다.


선박 압류

1만7천t급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의 주력 상선 중 하나로 지난해 4월4일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도 끈 상태로 인도네시아 영해를 항해하다 붙잡혔다.

당시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선원 25명과 석탄 2만5천500t을 싣고 있었다. 배에 실린 계약서에 따르면 화물의 가치는 299만 달러어치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 선박을 조사해 석탄 운송 허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억류를 결정했다.

유엔 보고서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러시아 화물선과 ‘선박 대 선박’ 환적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선원들은 석탄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실었다고 주장했으나 지난해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선적된 것으로 드러났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인도네시아 발릭파판항에 1년간 억류돼 있었다. 미국 법무부는 9일 이 배를 압류하고,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11일에는 선박을 인수받아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 조사 중이다.

선장은 인도네시아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선원들은 모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에 실린 석탄은 인도네시아 법원으로부터 판매를 허용 받아 다른 선박으로 옮겨졌으나, 이 배는 말레이시아의 입항 거부로 공해상을 떠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미와 전망

미 법무부는 이 선박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행위에 관련됐으며, 범죄수익에 연관된 자산이므로 강제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제제재 위반으로 인해 북한 화물선이 압류되는 첫 사례가 된다.

미국이 이처럼 강수를 두는 것은 제재망을 바짝 죄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했다. 주목되는 것은 그 반발 수위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미국의 조치를 맹비난하면서 선박 송환을 요구했다. 북한은 특히 ‘불법무도한 강탈’, ‘날강도적 행위’ 등 거친 표현을 구사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비교적 높은 수위의 반응으로 꼽힌다. 여기서 지금까지 대화국면에서는 쓰지 않던 막말을 동원한 것은 그만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역시 이같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충분히 예측하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로 북․중․러 대응 전선을 크게 강화하고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그렇다고 해서 북미가 더욱 첨예하게 대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의 선박 압류 비난에 대응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이같은 기조는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북한이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향후 대화가 진전되면 이같은 입장도 바뀌어 융통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