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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북 대사 대리 국내 입국

주간 핫이슈2020-10-08

ⓒKBS News

2년 전 돌연 잠적해 행방이 묘연했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한국행을 택하고 1년 넘게 국내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0여 년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라는 점에서 남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성길 국내 체류 중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대리를 맡았다. 

그는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로 귀임을 앞두고 돌연 종적을 감춰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 당시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의 망명을 타진 중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월에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와 관련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부모와 함께 망명하는 것을 거부했다, 또는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는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면서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그의 행방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에 이미 1년 전에 국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와 관련 관계 당국 소식통은 “조 전 대사대리가 신변 보호를 위해 입국 사실을 철저히 비공개로 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 국내 망명 사례

조 전 대리대사는 2011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래 첫 대사급 외교관의 한국 망명 사례다. 참사관급이나 공사급에서는 2016년 태영호 영국대사관 공사가 한국 망명을 택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총선에서 당선돼 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김정일 정권 당시인  1997년에는 장승길 주이집트 대사와 장승호 주프랑스 경제참사관 형제가 미국 망명을 택한 바 있다.

국내 망명 최고위급 북한 인사는 1997년의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였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정립한 이론가로 알려진 황 전 비서는 2010년 별세했다.

 

파장

조 전 대리대사 부부는 둘 다 부친이 북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북한으로서는 이들의 한국 망명이 김정은 체제에 흠집을 내는 뼈아픈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은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냉각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최근에는 서해 북측 해안에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고위 외교관이 망명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향후 북측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정원이 조 전 대리대사 국내 체류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조 전 대리대사의 북한 내 가족들의 안위다. 이미 북한으로 송환된 그의 미성년 딸을 비롯한 가족과 주변 인사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알려진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추가적인 사항을 밝히는 것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