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논의할 문제가 너무 많다. 현안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큰 합의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또다시 원칙적인 합의를 되풀이하는 의례적인 회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길로 갈 것인가.
예상 의제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제시한 4가지 의제는 북한 핵문제, 한반도평화체제, 경제협력과 남북관계, 군비통제와 납북자 문제 등이다.
◆ 북한 핵문제
비켜갈 수 없는 문제다. 청와대는 "북핵 6자회담의 결과를 공고화할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해 았다. 그러므로 이는 정상회담의 유일한 변수이자 명분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핵심의제가 될 것이며 이 문제를 제외하면 다른 의제는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한반도 평화체제
현재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최종단계로 현재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의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는 북한 핵문제와 맞물려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즉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용이하게 할 수 있고, 반대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진전이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 경제협력과 남북관계
실질적인 쌍무관계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의제다. 남북교류협력이 아직 제도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정치 상황에 따라 기복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협과 남북관계를 한차원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 군비통제와 납북자 문제
군비통제는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변수 중 가장 어려운 문제다.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열리고는 있지만, 결국 최고위급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실질적인 현안이 된다. 이외에 납북자 문제, 서해의 북방한계선 문제 등 가장 민감한 현안도 다뤄져야 할 것이다.
전망
네 가지 의제가 모두 연계돼 있고, 모두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그러므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 전반적인 합의 - 사실상 답보
북한 핵 문제는 남북이 답을 찾으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나가 풀리지 않으면 다 풀리지 않을 수 있는 의제의 특성상, 이런 경우, 원칙적인 합의를 내놓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남북관계는 답보상태라 할 수 있다.
◆ 일부 합의 일부 유보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일부 현안에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고 민감한 부분은 원칙적인 합의에 머무르는 것. 실질적 진전일 수도 있고, 사실상 답보일 수도 있다. 즉 양쪽 가능성을 다 가지며, 그것은 향후의 정치 안보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뜻이 된다.
◆ 실질적 진전
6.15 공동선언에서 한 걸음 나아간 실질적인 진전을 담아내는 것. 물론 정상회담의 성격상 구체적인 사안에 일일이 합의하기는 어렵다. 즉 합의의 정신이 어느 방향, 즉 공허한 원칙을 되풀이한 것인지, 실제적인 진전 의지를 담은 것인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 전망
정상회담이라는 성격상 원칙적 합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의 발표 문건이 채택된다면, 그 행간의 뜻을 읽어, 앞의 세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두번째로, 모든 현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 즉 합의를 밝히고, 한 두가지 구체적인 사안을 제시함으로써 진전의 상징, 이른바 '정상회담의 선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것은 경협·남북관계 분야에서 나오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