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꽃나무는 심어놓고 - 이태준

2021-04-27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자꾸 돌아봔 뭘해? 어서 바람을 졌을 때 휑하니 걸어야지....”


아내를 돌아보는 그도 말소리는 천연스러우나

눈에는 눈물이 다시 핑그르 돌았다.


이 고갯마루만 넘어서면 저 동리는 다시 보려야 안 보이려니 생각할 때

발도 천근이나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 마루턱에 올라서더니 질빵을 치키며

다시 한 번 돌아서서 동네를 바라보았다.



 # 인터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방민호교수

1910년 한국강제병합 이후 벌써 20여년 지난 시대에 발표된 소설인데 일제가 한국의 농촌을 수탈하기 위해서 땅을 일본인 지주가 다 빼앗고 고율의 소작료를 요구하면서 농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일본이 그렇게 땅을 수탈 하면서도 농민들에게 꽃 나무(사쿠라)를 나눠주면서 이 현실보다는 꽃 보고 살아라 하는 그런 행태를 비판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이태준의 식민지 체제에 대한 아주 깊은 비판 의식이 스며들어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죠.



지난 봄에는 군으로부터 

이 동리에 사꾸라나무 이백여 주가 나왔다.

집집마다 두 나무씩 나눠주고 

길에도 심고 언덕에도 심어주었다.


그래서 그 사쿠라나무들이, 꽃이 구름처럼 피면

무지한 이 동리 사람들이라도

자기 동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져서 

함부로 타관으로 떠나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사쿠라나무들은 몇 나무 죽지 않고 모두 잘 살아났다.

방서방네가 심은 것도 앞마당엣 것, 뒷동산엣 것 모두 싱싱하게 잘 자랐다.

군에서 나와 보고 내년이면 모두 꽃이 피리라 했다.


그러나 떠날 사람들은 자꾸 떠나고야 말았다.




작가 이태준  (1904. 강원도 철원~미상)

    - 등단 : 1925. 조선문단 [오몽녀]

    - 활동 : 구인회 동인,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 등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