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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 강소천

2022-05-10

ⓒ Getty Images Bank

춘식이는 그 곳에 있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6.25 전쟁으로 집과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춘식이는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 이곳으로

이렇게 여러 고아원을 거쳐 왔다.

 

물론 처음엔 할 수 없이 들어왔지만

억지로 붙잡혀 오기도 여러 번 이었다.

그러는 동안 춘식이는 거지도 해 보았고, 도둑질 한 적도 있었다.


지금 이 고아원은 여지껏 있던 곳보다는 

어딘가 다른 데가 있어 좋았다.


음식이 많다거나 옷이 좋다든가 하는 게 춘식이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것도 다른 고아원보다는 훨씬 좋았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흠 아저씨는 도화지와 그림 그리는 굵은 연필을 춘식이에게 선물했다.

처음엔 어려운 그림만 그리던 흠 아저씨가

요즈음은 춘식이의 그림을 닮아 가는지 

무척 쉽고 또 어린애 같은 그림만 그렸다.


”아저씨, 제 그림 흉내만 내지 말고 그림 그리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흠, 내가 네게 그림을 가르쳐 줘?

 어림도 없는 소리지, 흠, 그렇고말고, 

 그림이란 누가 가르쳐 주어서 되는 것이 아니야.

 제멋대로 그려 봐야 해.

 그리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솜씨가 느는 법이야“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강소천은 한국 아동문학계에서 많은 독자를 지닌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동화, 동시, 동요 등 거의 한 오백편의 작품을 남겼어요. 그런데 강소천의 문학이 소중한 이유는 특히 6.25전쟁 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에 그의 동화가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는데 있습니다. 

작중에서 춘식이는 계속 떠돌아 다녔다고 되어 있는데 집과 부모를 잃어버린 충격 때문에 불안감이 생겨났고 그것이 어린 춘식이의 정착을 방해했던 것이죠. 춘식이의 모습은 전쟁으로 가족과 삶을 상실해버렸던 작가 자신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또 그런 그를 감싸주는 흠아저씨의 모습에도 아이들을 위로하고자 했던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춘식이와 흠 아저씨는 소나무 하나를 그리기로 했다.

그 소나무는 한쪽으로 쓰러질 것 같이 줄기가 뻗다가

위로 갈수록 모양이 잡힌 소나무였다.

흠 아저씨는 춘식이 그림에 더 마음이 쏠려 자신은 별로 그리지 않았다.

이 날 따라 춘식이는 그림에 무척 열중하였다.

그건 옆에서 계속 ‘흠, 흠’ 해 대는 흠 아저씨의 힘인지도 모른다.


흠 아저씨 같은 아버지나 형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흠 아저씨는 나를 꼭 껴안아 주셨다.

아버지 어머니를 다시 만난 것 같았다.




작가 강소천 (1915.09.16. 함경북도 고원 ~1963.05.06.) 

    - 등단 : 1939년 동화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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