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어진 임금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임금님은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잘 헤아려줘서 모두들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임금님께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는데요.
임금님의 귀는 점점 자라서 당나귀 귀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저 여봐라, 내가 몸이 몹시 안 좋다. 오늘은 쉬어야겠다.”
임금님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사람들을 피했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옳지, 그 방법이 있구나!”
임금님은 좋은 해결책을 하나 생각해냈는데요.
“여봐라, 내 복두를 새로 만들어야겠다.
전국에서 제일 솜씨 좋은 복두장이를 데려오거라.“
신하들은 전국을 샅샅이 뒤져서 복두장인을 데려왔고,
임금님은 그들 중 최대한 말이 없어 보이는 장인을 선택했습니다.
임금님은 비밀을 지킬 것을 신신당부 한 다음, 쓰고 있던 복두를 벗었습니다.
복두장인은 매우 놀랐지만 모른척 했습니다.
그리고 임금님의 머리 둘레와 길이를 쟀습니다.
“참 이상하네, 임금님 귀가 왜 이렇게 크지? 원래 그런 건 아닐텐데…….”
복두 장인은 밤이나 낮이나 임금님의 귀가 눈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밥도 잘 못 먹고 말수도 더 적어졌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무슨 걱정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아, 그게 말이야…….”
비밀을 발설하면 큰 벌을 내리겠다는 임금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복두를 만들 때마다 임금님이 많은 돈을 주신 덕분에 복두장인은 부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답답해. 누구한테라도 얘기하면 이 가슴이 시원해질 것 같은데…….”
어느 날 밤 북두장인은 대나무 숲 한가운데 서서 나무를 향해 외쳤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바람이 부는 날이면 댓잎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마을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수군거렸고, 이 소문은 임금까지 알게 됐습니다.
“그게 바람 부는 날, 대나무 숲에서 나오는 얘기렸다.
당장 대나무를 베어버리도록 해라!”
임금님 명령대로 대나무는 모두 베어버렸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엔 산수유를 심었는데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람 소리에 섞여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는 소리가 계속 마을까지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