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늦은 밤, 한산한 도로 위로 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지영은 마트로 가는 중이다.
밤 외출이 절실해지는 때가 올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한 듯,
지영이 이사 온 후 마트 영업시간은 차츰 연장되었다.
이 대형 용광로 같은 소비도시는
수요만 있다면 하루를 25시간으로 늘려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쇼핑 좋아하세요?”는 2011년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주인공 지영이 심야에 마트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지영이 처음 남의 장바구니에 손을 댄 것은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처음에는 그냥 쇼핑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장바구니를 들고 나왔는데 그 일이 반복이 되니까 지영이는 거기에 중독이 됩니다 누군가 장봐놓은 물건을 대신 구매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그 사람의 삶을 대신해서 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은 때로 그들이 구매하는 물건에 담깁니디. 그래서 지영은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타인의 장바구니에 유혹을 느끼고 또 그것을 대리구매합니다 자기에게 없는 것, 결핍된 삶을 그렇게 충족시키고자 했던 것이죠
지난 1년의 일들이 지영의 뇌리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장바구니를 매개로 한 이웃 순례였다고나 할까.
거의 매번 지영은 다른 바구니를 택했다.
그로써 식단은 주기적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한동안 지영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이었다.
누군가의 식사에 초대받은 것 같았다.
초대한 사람은 신혼부부이거나 단란한 4인 가족 가정이거나
삼대가 한 집에 사는 대가족 가정이기도 했다.
때로는 쓸쓸한 독거노인의 집일 때도 있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었다.
그마저 없었다면 메마르고 지루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작가 표명희 (1965. 대구 광역시 )
: 데뷔-2001.단편소설 <야경>
수상- 2001. 제4회 창작과 비평 신인 소설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