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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새 두 마리 - 최일남

2020-07-07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그 가파른 골목길 어귀에 이르자 아버지는 미리서 노새 고삐를 낚아 잡고 

한 달음에 올라갈 채비를 하였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다른 때 같으면 사백장 정도 싣고는

힘 안들이고 올라설 수 있는 고개인데도 이날따라 오름길 중턱에서 턱 걸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어, 하는 눈치더니 고삐를 거머쥐고 힘껏 당겼다.

그 때였다.

노새가 발에서 잠깐 힘을 빼는가 싶더니 마차가 아래쪽으로 와르르 흘러내렸다.

그러나 정작 일은 그 다음에 벌어지고 말았다.



엉거주춤 일어난 아버지가 노새가 달려간 곳으로 뛰어갔고,

소년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노새는 뛰고 또 뛰었다.

연탄 짐을 매지 않은 몸은 훨훨 날것 같았다.

가파른 길도 없었고, 채찍질도 없었고, 앞길을 막는 사람도 없었다.


자전거에 맥주 상자를 싣고 기우뚱기우뚱 건너가던 인부가

앞사람이 갑자기 뒷걸음질 치는 바람에 자전거의 핸들을 놓쳐 술 상자가 우르르 넘어졌다.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좌판앞에 앉아 있던 아낙네들이 아이구 이걸 어쩌지, 하면서

벌떡 일어서는 것을 신호로 시징 안에 벌집 쑤신 듯한 소동이 사방으로 번져갔다.

다리를 건너고 얼마를 가자 길어 넓어지고 앞이 툭 트였다.

노새는 돈도 안 내고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더니 그 때부터는 다소 속도를 늦추었다.

그러나 절대로 뛰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 인터뷰.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노새라는게 특이한 짐승이죠  말하고 나귀 사이에서 나온 거예요 그런데 새로운 자손을 낳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그게 아주 상징적이예요 아버지는 마차를 끌고 다니는 또 노새를 끌고 다니는 직업을 갖고 있잖아요. 그 직업이 앞으로 계속될까요?  삼륜차가 돌아다니고 택시가 돌아다니고 2차선 4차선 도로에 자동차가 막 굴러다니는데 마차 끄는 직업이 견딜수가 있겠습니까. 사실 지금 다 없어져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매우 상징적이죠. 아버지가 노새가 끄는 마차꾼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의 직업은 더 이상 전승되지 않는다, 이 아버지 같은 사람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최일남이 상징적으로 그려놓은 것이죠.




작가 최일남 (1932. 12.29 전라북도 전주)

- 데뷔 : 19 소설 “파양” 발표

- 수상 : 2012. 제61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문학부문 인촌상 문학부문

1986. 이상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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