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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 (1) - 윤영수

2020-10-06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나는 커피를 든 채 창고로 향했다.

커피야 사실 내가 근무하는 창고 사무실에도 얼마든지 있다.

단지 두 여자와 함께 하는 느긋한 아침커피가 좋았을 뿐이다.   

아침 커피 시간이 없어지더라도 

양미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면

나나 이천댁이나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양미는 그동안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여고를 졸업하고부터 근 20년동안 그야말로 몸을 바쳐

동생들 학비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이제라도 제 살 궁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할인매장 지하식품부의 반찬코너에서 일하는 이천댁,

치킨 코너의 양미, 화자인 물품창고 포장팀장인 현수입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전날 반찬코너에서 팔다 남은 반찬으로

함께 아침을 먹는 사이인데,     

양미가 다이어트를 며칠째 한다고 식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 손양미씨한테 인사도 한 걸요~

 영 어색해하더라고요.  얼른 촛불을 끄고 상자에다 케이크를 넣더니 가버렸어요.

 희한하죠?  세상에 누가 공원에서 혼자....”


조 군에게 눈을 부라리면서도 나는 한편으로 이천댁의 말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양미가 이상하다니까.  혼잣말하는 건 보통이야.

 어떤 때는 혼자 몸을 배배 틀면서 웃기도 하거든.

 누가 옆에서 간질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치킨 기계 밑을 내려다보며 누구랑 시시덕거리기도 하고.

 오죽하면 내가, 양미 화장실 간 사이에 기계밑을 들여다보았겠어.

 양미 걔 너무 안 먹어서 헛것이 뵈는 거 아냐?” 




작가 윤영수 (1952.8.26. 서울)

:  데뷔-1990. [현대소설] 단편소설 “생태관찰”

수상-2008. 제23회 만해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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