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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04호, 604호 - 서성란

#라디오 책방 l 2020-11-24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둥근 테 선글라스와 베이지색 왕골 모자로 멋을 낸 504호가

나푼거리며 들어온다.

하늘색 민소매 원피스 차림에 빨갛게 입술을 칠하고

목걸이며 팔찌며 온갖 장신구를 차고 나온 폼이

어디 멀리 바캉스라도 떠날 사람처럼 보인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504호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한껏 치장을 한다는 것을 604호는 알고 있다.



서성란의 <504호, 604호>는 아파트 아래, 위층인 

 504호와 604호에 사는 두 여자의 이야깁니다.



아파트 여자들에게 우아한 여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504호의 잠든 모습은 조금도 우아해 보이지 않는다.

문짝이 떨어져 나간 장롱에

504호가 입고 다니는 원피스며 재킷이며 치마가

우중충하게 걸려 있고

옷의 색깔과 모양에 맞춰 머리에 쓰고 다니는 모자들이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고르게 숨을 내쉬는 504호를 바라보던 604호가 움찔 놀란다.


외출할 때는 물론이고 마사지를 받을 때 조차 

쓰고 있겠다고 고집하던 모자를 벗은 504호의 민머리가 낯설다.

잡티와 기미며 주름까지 고스란히 드러난 맨 얼굴을 맡기면서

한사코 모자를 벗지 않았던 까닭이 무엇인지

604호는 비로소 알 것 같다.



#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자신의 결핍을 가리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 504호 그리고 실직을 통보받은 후 이상 증세를 보이는 604호의 남편, 화장품을 팔기 위해서 504호의 행동을 참아 주고 남편에게 신경 안정제를 먹이는 604호의 여성, 얼핏 보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이기도 합니다. 독자는 서로 소통하지 않고 또 사정을 말하지 않는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소외되고 단절된 삶 깊숙이 독자를 초대하는 이 작품의 방식 이기도 합니다.




작가 서성란(1967.전라북도 익산 )

:  데뷔- 1996. 제3회 「실천문학」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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