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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 함께 자다 (2) - 이승우

2020-12-08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그 사람, 죽었어요” 

그녀의 말은 짧고 단호해서 나는 문득 그녀가 그 순간 

그 남자의 죽음을 선고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연락을 받고 동생이 달려왔는데,

모조리 쓰레기 소각장으로 갈거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 책들도 그럴거냐고 물었더니,

그 동생 한다는 말이, 저것부터 태워 없애야지, 그래요.


 그 책들이야말로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사람 분신 같은 건데,

 그렇게 함부로 말하니까  성씨를 쓰레기 소각장에 밀어넣는 것 같은 기분이 영 찝찝했어요.

 그래서 기왕 버릴거라면 내가 가지겠다고 했지요.

                         

               

그는 옆집 여자에게 그 전에 그랬던 것처럼 

성목경 앞으로 오는 우편물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책들은 나에게 배달된 것처럼 여겨졌고,

더 이상 책배달조합이 낯설지 않았고,

성목경이라는 이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목경에게 배달된 책을 한정태인 내가 읽으면서

전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한정태의 의식 속에서 성목경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아내 없이 혼자 사는 삶의 아무렇지도 않음을 익혀가고 있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나는 마치 성목경이 살아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성목경의 집이었던 자신의 아파트로 책을 보냅니다. 책과 함께 잠들어 버린 조합장의 의지를 나름대로 이어가고 책의 가치와 의미를 지키려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여기에는 책의 생명이 영원히 사멸하지 않기를 바라는 나, 또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 이승우(1959. 전라남도 장흥 )

:  데뷔- 1981.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 당선

:  수상- 1991. 제 15회 이상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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