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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땔감 - 윤흥길

#라디오 책방 l 2021-01-05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어느 해 겨울, 구들장의 고래가 막혀서 방바닥은 차가웠고 

세숫물조차 데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청솔가지를 구해오라고 성화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였으나 소리만은 잘 들렸다. 너무 잘 들려서 오히려 미칠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작업을 너무 서두르고 있었다.

때문에 들킬 작정으로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곤히 잠든 소라단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꿈쩍 마라!“ 

느닷없는 호통 소리와 함께 전깃불이 아버지를 환하게 사로잡았다.

   ”으떤 놈이냐“ 

   ”불을 꺼야 대답을 허겄네“ 

   ”잔소리 말고 어서 양민찡이나 끄내“ 

   ”자네가 누구간디 내 양민찡을 보자고 그러능가?“ 

   ”보고도 몰라? 소라 산림 감시소 산감님이다“ 

   ”너 이노옴.  자식놈 듣는 자리서 어따 대고 함부로 놈 짜를 팡팡 놓느냐“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한국전쟁 전후의 사회에서는 양민증이라는 것이 발행되었는데, 당시 작중 아버지처럼 이념갈등과 관련이 있는 가족이 있는 사람은 양민증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직장도 역시 구할 수가 없었고요. 그래서 형편이 점점 나빠지는 와중에 땔감을 훔치다 발각된 것이죠. 아버지 본인이 말한 것처럼 산감에게 큰 소리를 쳤을리는 없겠죠. 자식을 멀리 보낸 후에 아버지는 아마 산감을 향해서 도와달라고 눈감아 달라고 빌고 또 빌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절도까지 저질렀는데. 그 장면을 발각 당하고 자식이 보는 앞에서 타인에게 질타를 받는 자기 자신, 아버지는 얼마나 보잘것없게 스스로를 느꼈을까요. 그래서 아들에게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은 그것이 허풍 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느끼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죠.

                      

            

   “먼저 돌아가라니께 여태까장 안 가고 어디 있었냐?” 

아버지의 힐책에 나는 아무 대꾸도 못했다.

   “너도 봤쟈? 아버지가 그 버르장머리 없는 산감 녀석 혼내 주는 것,

    한 때 시국을 잘못 만나 운수 불길혀서 그렇지

    야밤중에 나무나 허러 댕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혔더니

    괜찮다고 그냥 가져가시람서 지게 우에다 얹어까지 주잖겄냐”

어쩐지 혼자서 도망쳐서 숨어 있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집에 가거든 느 에미한티 본 대로 얘기혀도 괜찮다.

    아버지가 산감 녀석  버르장머리 곤쳐 놓는 얘기 말이다”




작가 윤흥길 (1942. 전라북도 정읍 )

 : 데뷔- 1968.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회색 면류관의 계절] 등단

 : 수상- 2020. 제10회 박경리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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