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승필은 오늘도 단단히 각오하고 집을 나섰다.
자칫 잘못하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생각만 하면 식은 땀이 났다.
만약 정보당국에 붙잡히기라도 하면,
그들이 이 방을 뒤지기라도 하면.
아침 느지막이 집을 나서면서
승필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짜장면 관련 파일들을 모두 지웠다.
승필은 매일 이 귀찮은 일을 빠뜨리지 않았다.
보안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 인터뷰.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짜장면을 맞다> 라고 하는 이야기는 비유담이죠. 그러니까 표준어 원칙에서 한동안 오랜 시간 동안 자장면을 맞다 라고 정해져 있었다는 말이죠. 저는 그게 갑갑해서 참 힘들었어요. 아니 다들 짜장면이라고 말하는데, 표준어 원칙으로는 자장면 이라고 써야 된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착상 을 얻어서 이 사회의 어떤 무거운 분위기, 짓눌린 분위기를 조금 풍자적으로, 이것을 이야기로 비판의 메스를 가해 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거죠.
짜장면은, 승필의 지론에 따르면 무엇보다 빛깔이 좋아야 했다.
짜장면은 까맣고 윤기가 흐르면서도
그 빛깔에 어딘지 모르게 깊이가 느껴져야 했다.
또한 짜장면은 단맛에 치우쳐서도 안 되었다.
조미료를 잔뜩 쳐서 달달한 맛을 낸 짜장면은
차라리 자장면이라 해야 했다.
“눈물이 나, 너무 맛있어서”
“이 집 간판을 고쳐주고 싶어.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하는 건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슬퍼”
“꼭 올거야, 그런 날.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며 주문할 수 있는 날”
승필은 젓가락을 든 수현의 손을 꼭 쥐었다.
승필은 어느 때나 수현의 마음을 붙들고 싶어했다.
작가 방민호 (1965.6.10. 서울)
: 수상-2007.제18회 김달진 문학상 등
경력-한국현대문학회 이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