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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징소리 - 문순태

2021-02-23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고향에 여섯날 난 딸 아이를 업고 

불쑥 바람처럼 나타난 그는

물에 잠겨 버린지 삼 년째가 되는 방울재 뒷동산 각시바위에

댕돌같이 앉아서는 목이 터져라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대는가 하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려 가며 오순도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중얼거리다가도,

불컥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찔러 보고,

창자가 등뼈에 달라붙도록 큰 소리로 웃어대고,

느닷없이 징을 두들기며 겅중겅중 도깨비춤을 추었다.



<징소리>는 1978년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1970년대 전라남도 장성호 수몰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깁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1970년대는 근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던 시기입니다. 당시 수자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댐 건설도 이뤄졌는데요 그 과정에서 물에 잠기는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예컨대 1970년대 중반에 영산강 인근에는 장성댐이 들어섰는데, 이 댐이 건설되는 과정에서 주변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강제로 이주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면서 일궈왔던 논밭, 집 그리고 삶이 적은 보상금과 맞바꾸는졌던 것이죠. 징소리의 방울재는 물론 가상의 공간입니다만 당대의 아픈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입니다.



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굵어지고 

땅껍질 벗겨 가는 소리가 드세어질 무렵,

봉구는 잠결에 어슴푸레하게 들려오는 징소리에

퍼뜩 놀라 일어나 앉았다.


어쩌면 바람 소리 같은 그 징소리는 

바로 뒤란의 아카시아 숲께에서 가깝게 들린 것 같다가도

다시 댐쪽으로 아슴푸레 멀어져 가곤했다.


징소리는 점점 더 가깝게, 

그리고 때로는 상여 소리처럼 슬프게 들렸는데

그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한 방울재 사람들은, 

그게 어쩌면 그들한테 쫒겨난 칠복이의 우는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다 같이 했다.

그 생각과 함께 징소리가 더욱 무서워졌으며 

아침을 맞기조차 두려웠다.




작가 문순태 (1941.전라남도 담양 )

           :  등단-1975. 소설 「백제의 미소」

              수상-2010. 제7회 채만식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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