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주근깨 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 인터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방민호교수
b사감과 러브레터 라는 소설은 어떤 풍자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썼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b사감은 여학교의 교원 겸 기숙사 사감이죠. 그러면서 독신주의자고 또 아주 찰진 야소꾼인데, 이런 b사감에 대한 직업과 종교와 삶의 신조 이것과 여성의 모습을 딱 붙여놓은 거죠. 아마도 현진건은 1920년대 사상의 메마름, 또 그것이 결여하고 있는 정말 생명다운 것 또는 사랑에 대한 결여 이런 것들을 좀 풍자적으로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침대 위에는 기숙생에게 온 소위 ‘러브레터’의 봉투가 너저분하게 흩어졌고,
그 알맹이도 여기저기 두서 없이 펼쳐진 가운데
B여사 혼자, 아무도 없이 제 혼자 일어나 앉았다.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이고,
안경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 곳을 노리며
그 굴비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키스를 기다리는 것 같이 입을 쫑굿이 내어민 채
사내의 목청을 내어가면서 아깟말을 중얼거린다.
“난 싫어요.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 ”
그러더니 문득 편지 한 장을, 물론 기숙생에게 온
러브레터의 하나를 집어 들어 얼굴에 문지르며,
“정 말씀이야요?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요?”
하고 몸을 추스르는데
그 음성은 분명히 울음의 가락을 띠었다.
작가 현진건 (1900.8.9. 대구 ~1943.4.25. )
- 등단 : 1920. 단편소설 [희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