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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수증 - 박태원

2022-03-08

ⓒ Getty Images Bank

제가 이제 여러분께 들려 드리려는 것은

우동집에서 심부름하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복동이냐고요? 아니올시다.

복동이가 아니라 노마올시다.


노마는 올해 열 다섯 살입니다,

키는 글쎄요, 열 다섯 살 먹은 아이로서는 좀 작은 편이겠지요.


노마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십니다.

물론 집도 없지요.



- 방송 내용 중 일부 


노마가 모자 가게에서 10전, 약국집에서 5전,

도합 15전을 받아오니까

주인은 그 중에서 5전을 도로 노마를 주며 ‘마코’를 한 갑 사오라고 합니다.


노마는, 담배도 먹지도 못하고 초연하게 앉아서

자기가 돌아오면 외상값이나 받아 오랄 작정으로 있었을 주인의 정경을 생각하니

제 월급을 두 달치나 안 준 주인이건만

가엾은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 인터뷰. 방민호 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배경은 일제강점기지만 굉장히 현대적이에요. 왜냐면 여기에 우동집이 있는데 바로 근처에 새 우동집이 더 많은 돈을 가지고 더 크게 우동 집을 열게 되니까 옛날부터 있던 우동집은 몰락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은 우리가 현대도시에서 늘상 보는 풍경이죠.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생기면 원래 있던 작은 커피점은 몰락하고, 거대한 쇼핑몰이 생기면 슈퍼 같은 것들이 다 몰락한다든지. 이런 사회적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이 소설은 소년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의 눈높이로 이야기를 해나가지만 동시에 세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묘한 매력을 가진 ‘소년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주인은 이제 이 장사를 그만 두려는 것이었습니다.

노마를 보자 월급을 이제까지 주지 못한 것이며

추운데 손등이 온통 터진 것이며...

그러한 것이 생각되어 노마가 퍽이나 가여웠으므로

마지막으로 그렇게 우동을 만들어 먹인 것입니다.


주인은 어디서 어떻게 변통을 하였는지 

돈 4원을 꺼내 노마 앞에 놓았습니다.


“노마야, 내가 장사를 그만 둘 때 그만두더라도 

 부모두 없는 어린 네 월급이야 어떻게든 해 주려 하였건만

 그것도 여의하게는 안 되는구나.

 석달 치 9원에서 4원밖에는 못 하겠다.

 외상값 못 받는 것을 모두 쳐보니 18원 된다마는

 몇 달 전에 못 받고 못 받고 한 것들이니

 한 반이라도 걷어 받기는 힘이 들게다.

 모두 네게 맡기는 것이니 받을 수 있는 건 받아서 너나 써라...”


밖에는 어느 틈엔가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작가 박태원 (1909.12.07. 서울 출생 ~ 1986.07.10.) 

    - 등단 : 1930년 단편 소설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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