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난 미끼에 대해서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인공미끼를 쓰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인공 미끼를 다는 루어낚시도 하지 않는다.
바다의 심연에서 물고기와 나,
이렇게 단 둘이서 대결을 벌이는 이상
최소한 미끼만큼은 정직한 걸 달아줘야 한다는
이상한 신념이 나에겐 있었던 것이다.
미끼에 속아 낚시에 걸린 고기에게
그 미끼마저 날 것이 아닌 플라스틱이나 나무 혹은
납쪼가리였다는 것은 더 잔인한 일이다.
난 밤바다를 바라보며
오래전 내게 그런 가까 미끼를 썼던 한 사람을 생각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그 당시 내 문제가 심각했던 것은
이미 내가 그녀에게 푹 빠져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낚시에 빗대자면, 미끼를 너무 깊이 삼켜
도저히 스스로는 바늘을 토해내고
바다 한 가운데로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더 비참했던 것은 내가 문 미끼는
살아있는 갯지렁이나 신선한 새우가 아니라
고작해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루어였다는 것이다.
# 인터뷰. 방민호 문학평론가
낚시라고 하는 것은 물고기와의 싸움이죠. 그런데 물고기에게는 생명을 건거예요. 그런데 내가 가짜 미끼로 그 물고기를 낚는다면 물고기가 낚기도 나서도 얼마나 괴로워할까 라는 식의 유머로 표현했지만, 여기에 인생의 어떤 관점이 담겨 있죠.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이 다른 존재에게는 정말 굉장히 중요하고 생명을 건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것이 바로 우리 세계의 모습입니다. 이 소설은 낚시하는 모습을 통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고
“그러니까 제 친구 얘긴데요.
친구 중에 이 섬에서 여동생을 잃어버린 놈이 있어요.
여동생이 학교 친구인 남자애 둘과 함께 밤낚시를 갔는데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만 거예요.
친구 여동생이 먼저 실족하고
그 다음에 여동생을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다른 남자애도 같이
그런데 사고 상황이 공교로운 게,
낚시를 간 셋은 일종의 삼각관계였다나 봐요.
서로 그런 사이였는데
바다에 와서 둘은 죽고 하나만 멀쩡히 살아남았으니.
상황이 묘해서 경찰에서도 꽤나 신경을 쓴 눈치였는데,
결국 사고로 결론이 나고 말았어요.
그 친구도 원래 낚시를 좀 했었는데,
그 사고 이후로 아예 조행을 못했다죠, 아마”
비가 더 심해지고 아래쪽 갯바위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살아온 사정이 제각기 다르듯이,
갯바위의 표정들도 그렇다.
갑자기 민낯을 보이기도 하고 거꾸로 갑자기 얼굴을 감추기도 한다.
누구나 사정은 오직 그 자신밖에 모른다.
작가 조현 (1969. 전라남도 담양 출생 ~ )
- 등단 :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