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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목넘이 마을의 개-황순원

2023-02-21

ⓒ Getty Images Bank

어디를 가려고 해도 목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꽤 길게 굽이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 이름 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어느 해 봄철이었다.

이 목넘이 마을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에 

웬 개 한 마리가 언제 방아를 찧어보았는지 모르게

겨 아닌 뽀얀 먼지만이 앉은 풍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작지 않은 중암캐였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동네에는 이전의 그 미친개가 서산 밑 방앗간에 와 잔다는 소문이 났다.

차손이 아버지가 보았다는 것이다.

아직 어두운 새벽에 달구지 걸댓감을 하나 꺾으러 서산에 가는 길에

방앗간에서 무엇이 나와 달아나기에 유심히 보니 그게 이전의 미친개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미친개는 어두운 속에서도 홀몸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작은 동장이 이 말을 듣고

홀몸이 아니고 새끼를 뱄다면 그게 승냥이와 붙어 된 것일 테니

오늘 밤에 지켰다가 때려잡자는 것이었다.



# 인터뷰. 전소영

황순원 작가를 비롯한 한반도의 많은 실향민들은 분단과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서는 어디 가서도 편안하게 정착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 작품의 결말을 보면 작가가 언젠가 한반도 주민들이 화해하고 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계속 꿈꿨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동네 사람들이 다 신동이 새끼들을 키우면서 또 함께 살아가잖아요.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서 이데올로기 갈등이 옅어진다면 언젠가 사람들도 마음의 경계라는 것을 넘어서 다시금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렇게 믿었기 때문이죠. 



간난이 할아버지는 여웃골에서 강아지를 본 뒤부터는

한 층 조심해서 누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나무하러 가서는 이 강아지들을 보는 게 한 재미였다.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한 보리범벅이었으나,

그 부스러기를 집안사람 몰래 가져다주기도 했다.

아주 강아지가 밥을 먹게쯤 됐을 때

간난이 할아버지는 아무 곳 아무개한테서 

얻어 오는 것이라고 하며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내려왔다.

한 동네 곱단이네도 어디서 얻어준다고 하고 한 마리 안아다 주었다.

그리고 절골 사는 아무개네도 한 마리,

서젯골 사는 아무개네도 한 마리,

이렇게 한 마리씩 다섯 마리를 다 안아다 주었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지금 자기네 집에 기르는 개가

그 신둥이의 증손녀라는 말과 

원체 종자가 좋아서 지금 목넘이 마을에서 기르는 개란 개는

거의 다 이 신둥이의 증손이 아니면 고손이라고 했다.


크고 작은 동장네 두 집에서까지도

요새 자기네 개가 낳은 신둥이개의 고손자를 얻어갔다는 말도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간난이 할아버지는

이제는 아주 흰 서릿발이 된 텁석부리 속에서 미소를 띠는 것이었다.




작가 황순원 (평안남도 대동, 1915.3.26 ~)

    - 등단 : 1931년 단편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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