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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그려 넣은 공포…영화 ‘놉’

#연예뉴스 l 2022-08-12

하늘이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그려 넣은 공포…영화 ‘놉’


크게 틀어놓은 음악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멈추는 순간 머리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고개를 들어 마주한 정체불명의 물체는 강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바닥에 있는 것들을 빨아들인다.

공포와 호기심에 사로잡혀 하늘을 주시하는 주인공. 카메라가 구름 낀 하늘을 비추면 관객도 옴짝달싹 못 하는 두려움에 몸이 굳는다.

영화 '놉(NOPE)'은 광활한 대지에 덩그러니 위치한 말 농장과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은 영화 산업에 말을 수급하는 농장을 운영해온 헤이우드 집안의 남매 OJ(다니엘 칼류야 분)와 에메랄드(케케 파머). 두 남매는 아버지를 죽게 한 비행물체를 카메라로 촬영해 외계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농장 인근 테마파크의 주인 주프(스티븐 연)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어릴 적 겪었던 끔찍한 트라우마를 풀어내며 또 다른 공포감을 더한다.

영화는 밀폐된 공간에서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 대신 광활한 공간에서 시원하게 휘몰아치는 공포감을 택했다. 드넓은 하늘과 대지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아이맥스로 촬영한 분량만 40분이 넘는다.

영화 '겟 아웃', '어스'의 조던 필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인터스텔라', '테넷' 등을 촬영한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둘은 구름 사이에 숨어 날아다니는 비행물체와 그것을 피해 말을 타고 내달리는 주인공의 질주를 독특한 구도로 담아내며 몰입감을 높인다.

영화 '샤크'에서 영감을 받거나 기존 공포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장면도 있지만,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곳곳에서 돋보인다. '겟 아웃' 주연으로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다니엘 칼류야가 공포물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겟 아웃'에서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 연기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던 다니엘 칼류야는 러닝타임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위급 상황에서도 비명 한미다 지르는 법이 없다. 그가 처한 상황의 공포감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 된다.

공포영화의 단골인 무모하고 답답한 선택도 깔끔하게 덜어냈다. 비행물체를 피해 차에 숨어있던 주인공은 비행물체를 올려다보려고 잠시 문을 열었다가 곧바로 "아니지(nope)"라며 그대로 잠을 청한다.

조던 필은 코미디언 겸 감독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공포와 유머를 조합한다.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영리하게 숨기고, 미국 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과 풍자를 담은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사회를 꼬집는다.

작품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스펙터클'(spectacle)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스펙터클 중 하나인 영화 산업의 폐해를 비춘다.

쳐다보지 않으면 힘을 잃고 마는 괴생물체는 사람들의 관심이 곧 권력이 되는 현실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오는 17일 개봉. 상영시간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 출처 : KB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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