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무역 기술 금융 등은 물론 정치 군사적으로 강력한 압박에 나서고 중국도 이에 대응,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외교 안보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으며, 세밀한 전략적 대응으로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냉전
미중 갈등은 ‘신냉전’으로 규정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은 크게 2갈래다. 첫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원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발생 초기 중국이 이를 은폐 왜곡해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WHO를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대해서는 ‘30일 내 실질적 개선’이 없을 경우 ‘자금지원 영구 중단’, 중국에 대해서는 ‘모든 관계 단절 가능’까지 거론했다. 코로나의 세계적 창궐은 중국 책임이며, WHO는 중국 편을 들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공범’이라는 논리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
미국은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 전쟁’ 재개에 나선 셈이다.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금지를 세계적으로 확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조치다. 당초 미국 기업들에 대해서만 금지했던 것을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금지한 것이다.
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해 훨씬 엄격한 회계기준을 요구하는 등 투자 금융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경제번영네트워크’란 친미 경제블록을 추진해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구상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군사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해군 함정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진행하고, 정찰 비행 등 무력시위, 항모 전단 이동 등 무력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 2기 정부 출범에 발맞춰 대만을 적극 지원하고, 인권 등을 고리로 신장 위구르, 티벳, 내몽골 등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에까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금기시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밑바닥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경과 의미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참이었고,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깜빡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창궐로 ‘대응 실패’ 비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과 공산당 지배체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코로나19로 1분기 역성장을 하는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걸려 있다.
즉 미국이나 중국이나 쉽게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한국의 입장은 매우 미묘하다. 어느 한 편으로 ‘줄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는 이들 두 국가를 핵심 소비와 공급 상대국으로 하는 한국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에서 봤듯이 외교 안보 사안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현안이 되고, 곧바로 통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한 조율과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