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르는 가운데 큰 명절인 설 풍경마저 크게 바꿔놓았다.
귀성·귀경길 대중교통 이용은 크게 줄고 자가용 이용이 늘면서 고속도로 정체가 이어졌고, 군 장병과 실향민의 합동 차례는 사라지고, 비대면 차례와 세배 등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방역 비상
2021년 설은 명절이라기보다는 방역 비상이라는 점이 더욱 강조된다. 귀성·귀경으로 이동이 많아지고,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돼 있는 서울에서 전국으로 사람들이 흩어졌다가 모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설 연휴를 거치면서 자칫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또다시 수도권으로 감염의 고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방역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2월4일부터 10일까지 국내발생 확진자 수의 75%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했으며 수도권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1을 넘었다고 밝혔다.
감염 재생산지수란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한때 0.7∼0.8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간은 1.04로 다시 올랐다. 즉 코로나19가 억제되는 듯하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집단 감염과 변이 바이러스가 우려사항이다.
바뀐 귀성 풍경
이에 따라 정부는 이동 자제를 호소했지만, 귀성 행렬을 멈출 수는 없었다. 대신 종전 가족 단위 귀성보다는 한 사람만 대표격으로 고향의 부모님을 찾는 경우가 늘었고,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역과 터미널은 한산한 모습을 보인 반면 고속도로는 정체를 빚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고속도로 교통량도 크게 줄었음은 물론이다.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선물 등을 택배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져 백화점 등의 매출은 크게 늘기도 했다.
또 전통적인 차례 음식도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대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기 때문에 간소화됐고, 따라서 소량 간편식, 밀키트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음식도 전통적인 차례 음식을 모두 구비하는 대신, 가족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만 장만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 한 전문업체의 경우, 간편 제수 용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바꾸는 사회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다시 일부 옛 모습을 되찾기도 하겠지만, 많은 부분은 새로운 풍속도로 남을 전망이다.
이미 가족 구성은 종래 4인 가족 중심에서 1~2인 가족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이에 따라 옛 농경사회에서 비롯된 대가족과 그에 따른 차례, 명절 귀성 등은 점차 퇴색하고 있었다. 그런 추세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설 연휴가 끝난 다음 주, 즉 2월15일부터 21일까지가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방역 당국이 방역수칙 준수 현장점검, 자가격리자 무단이탈을 막기 위한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강화했지만, 이동이 많은 만큼 위험성도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