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이 국내 증시 아닌 미국 뉴욕증시를 선택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정치권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용이한 차등의결권 제도, 기업가치 평가 등의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는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쿠팡 뉴욕증시 상장
쿠팡은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NYSE에 상장하게 됐다.
쿠팡 측은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뉴욕증시에 종목 코드 ‘CPNG’로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공개(IPO) 절차에 따라 쿠팡은 조만간 투자자들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하고, 공모가 윤곽이 정해진 뒤 NYSE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돌발 변수가 없다면 쿠팡의 뉴욕증시 데뷔는 3월 중이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블룸버그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 달러로 평가한 바 있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액을 500억 달러로 제시했고, 일각에서는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경과 논란
쿠팡이 한국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첫째는 차등의결권이다. 한국에서는 1주당 의결권을 1표로만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B 주식을 인정한다. 따라서 클래스B 주식으로 지분율 2%만 확보하면 58%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므로 경영권 방어가 용이하다. 이 때문에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주요인이 아니라 이번 상장 주체가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기업 ‘쿠팡INC’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투자 유치’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즉 쿠팡이 한국 증시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액 500억 달러는 물론 블룸버그의 3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러면 목표액 10억 달러 투자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쿠팡은 창업 후 ‘로켓 배송’으로 물류혁신을 이룩하는 등 ‘한국의 아마존’이란 명성은 쌓았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증시는 당기순이익 실현을 요구한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의 국내 증시 상장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망과 과제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 국내 온라인쇼핑·유통·물류 업계에는 지각변동이라 할 만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차등의결권 때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련 법제 정비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즉 만약 한국 증시 환경이 미국 같았다면 오히려 ‘미국 기업’인 쿠팡의 모회사가 한국 증시에 상장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내 벤처 생태계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하고, 복수의결권은 최적의 방식을 취사선택하는 방향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