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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송 엇갈린 판결

2021-04-22

뉴스

ⓒYONHAP News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21일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피해자들이 1차 소송에서 지난 1월 승소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으로, 법원의 배상 판결을 전제로 해서 한일갈등 해결에 나서려던 정부의 고민이 오히려 더욱 복잡해져 버렸다.


각하 판결의 의미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결국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므로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과 마찬가지다. 법원이 각하 판정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국가면제’다.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뜻이다.

원고 측은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이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국가면제를 인정하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내에 국가면제 범위에 관한 법률이 없고, 일본과 관련 조약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오로지 ‘국제관습법’에 따라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 강제 노동·민간인 살해 피해자들이 독일을 상대로 자국 법원에 낸 소송을 냈다가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를 들어  관습법상 일본에 국가면제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엇갈린 판결

재판부는 그러나 선고 말미에 한국 정부의 피해 회복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로 볼 수 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2015년 합의란 일본의 전액 출연으로 화해치유재단을 만들어 피해를 구제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반인도적 범죄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재판 관할권을 인정했으며, 일본이 무대응 원칙을 고수해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이는 결국 일본 정부가 피해 회복 노력의 일환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즉 같은 내용의 소송이 하나는 일본의 법적인 배상 책임을, 다른 하나는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라는 외교적 해결책을 각각 인정하는 것으로 엇갈린 것이다.


정부의 고민과 한일관계의 미래

법원의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리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2차 판결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므로 한국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 

앞서 1차 판결의 경우, 일본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일관계가 급속히 경색됐다. 또 유사 소송에서 같은 판결이 잇따르게 되면 한일관계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관계가 바로 개선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등 다른 갈등 현안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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