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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 모든 남북채널 차단하겠다고 밝힌 의도와 앞으로의 행보

2020-06-11

한반도 리포트

ⓒ YONHAP News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아 지난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난 8일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에서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는데, 북한의 이런 조치는 지난 4일과 5일에 차례로 나온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이종훈 시사평론가입니다. 


<이종훈. 남> 북한 특유의 일종의 벼랑끝 전술인데, 일차적으로는 대북 전단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런가하면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 작업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김일성 전 주석과 같은 반열로,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고 이런 굉장히 초월적 존재로 만들어 가는 그런 과정에 있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남쪽에서 전단이 올라왔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 굉장히 험한 그런 비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이후, 북한 내에선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연일 남한을 규탄, 비방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선전매체들도 남한 당국을 향한 강한 적개심과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데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9일에 있었던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민주여성동맹의 항의 군중집회를 보도했습니다. 6·25전쟁 당시 미군 만행을 전시했다는 신천박물관은 반미 선전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신문에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행태가 더 역겹다.’, ‘북남관계를 총파산 시켜야 한다’,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 죽여라’ 등의 저속한 구호를 소개하며 남측을 비난하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종훈. 남> 북한이 지금 내부적으로 꽤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난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이런 것들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불만 여론이 적잖이 표출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해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거고요. 북미 대화도 잘 진행이 안 되고 그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는 것이고, 이런 내부의 여론을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은 당근을 제공하거나 채찍질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도 통치자금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되다보니 결국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공격 대상을 외부로 삼아서 그쪽으로 불만을 표출하도록 만드는 그런 과정들이 진행되는 것이고, 이 과정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의 한 과정이라고 봐야겠죠.


한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에 대해서도 다시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김여정의 현 직책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지만,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는 지난 5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철폐를 예고하며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는 것을 심중히 새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직무 영역을 뛰어넘어 김여정이 대남업무까지 챙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인데, 북한의 대남업무는 노동당의 핵심 인물이 맡아왔다는 점에서 김여정이 명실상부 2인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종훈. 남> 일단 대남사업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3월에도 첫번째 담화가 나왔는데 (그 때가) 시작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때 (생략) 우리 청와대를 향해 굉장히 맹비난을 했거든요. 김여정 부부장이 아직은 부부장 지위에 머물러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조만간 공식 직함도 아마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북한 권력의 2인자라는 것을 대내외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앞으로 이뤄질 것 같고, 일단은 대북사업을 전담 시켜 보는 거죠. 그래서 잘한다 싶으면 아마 사업 영역도 조금 더 확장시킬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일종의 상왕의 역할을 하고 실제로 실무적인 것은 김여정 부부장이 다 맡도록 하는 그런 식으로 역할 조정이 전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4일 새벽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앞세워 남북관계 단절을 압박하는 담화를 내자, 우리 정부는 곧바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할 법률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에 따라 입법 추진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진보·보수 간에 입장 차가 뚜렷해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전망인데, 정부가 북한의 비난에 신속히 움직이는 태도를 두고 북한의 눈치를 너무 살피는 게 아냐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통일부는 이같은 분석에 대해 지난 10일, "저자세니, 고자세니 하는 감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종훈. 남> 북한의 요구를 받아 일종의 청부 입법 하자는 거냐 이런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고, 북한에 너무 끌려다니는 거 아니냐고 하는 야당 쪽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때부터 계속 해왔던 얘기입니다. 2014년에도 입법을 추진하자는 얘기가 당내에서 한 번 나왔던 적이 있고, 최근에 입법이 필요한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얘기입니다. 실제로 접접경지역주민이 요구를 해오고 있구요.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 반영된 것은 아니고, 최근 우리 정부가 남북한 경협 부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대북전단이 악재로 작용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입법에 적극적인데요. 그런데 금지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하고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실효적으로 이것을 조금 자제 시키는 방향, 대북 단체와 소통을 해서 운동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철폐를 비롯해 모든 통신연락선을 끊겠다고 밝힘에 따라 9·19 남북군사합의도 파기될 위험에 놓였습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따라 유지되던 군 통신도 통신에 포함되기 때문인데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이 된 남북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에 만들어진 것으로 남북한 간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다섯 개 분야의 조치들이 들어있습니다.

남북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군사합의서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남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종훈 평론가는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종훈. 남> 최근에도 간헐적인 군사 도발은 계속 이뤄져 왔죠. 대구경 방사포를 발사한 한다든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다든지, GP총격사건이 같은 것도 최근에 있었고요. 이런 저강도 도발이 아니고, 뭔가 고강도 도발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계속 나오긴 했는데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거든요. 고강도 도발이라고 한다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이런 겁니다. 이런 도발이 앞으로 과연 있을 것인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각한 경제난을 벗어나려면 북미관계 개선이나 남북 관계 개선이 필요한 것이고, 특히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한 모멘텀은 유지를 하려고 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 중단 촉구 차원에서, 또는 우리 정부로 하여금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도록 촉구하는 차원에서 저강도 도발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조치가 한국을 겨냥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도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인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종훈. 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 했을 때도 별거 아니다 라는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해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실망스럽다는 표현을 썼어요. 이 얘기는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저강도 도발을 하더라도 이어지다 보면 이게 고강도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북한이 계속 경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미국 쪽에서는 외면을 해온 그런 측면도 없잖아 있거든요. 북한을 적당히 다독이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 끝날 때까지 그냥 이대로 가자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뒤집어 이야기하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그런 부분이 있는 거죠. 그래서 지금 계속 남한 정부를 향해서 이런저런 메시지도 내놓고 있는 것이고, 저강도 도발도 하고 있는, 일종의 예고편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 미국 정부는 어찌됐건 그래도 대선 끝날 때까지 고강도 도발이 있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 같고, 그래서 일단은 경고의 메시지를 지금쯤은 한번 내보내야 한다,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휘청이던 남북 관계가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후퇴할 위기에 처한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다음 수순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신중하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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